_/읽다가

경성기담

hkwu 2010. 2. 21. 14:46

 

 

전봉관 作, (주)살림출판사(http://www.sallimbooks.com), 2006.

 

제목, 표지의 저자명 옆에 붙은 '(KAIST 인문사회학부 교수)'라는 설명이나 이야기 배치 순서는 자극적이긴 하지만

이 정도야 '시장'에서 애교라고 생각한다.

 

'일제강점기 신문과 잡지에 열 차례 이상 보도된 사건 중에 역사책에는 한 줄 이상 실리지 않은 사건만'을 묶었다는 점이 좋다.

 

대낮 경성 거리에 유아 머리가 나왔다. 한기옥-윤명구 건.

안동에서 일본 순사가 죽었는데 우리 청년들이 잡혀갔다. 일본 사람 상하면 무조건 조선 사람 탓일까? 가와카미 건.

부산에서 일본인 가정에서 일하던 우리 처녀가 살해당했는데 주범도 종범도 (일본인이라서?) 처벌받지 않은 거나,변흥례-다카하시 히사코,이노우에 슈이치로 건.

언제 어느 때나 존재하는 사교 집단의 또라이 짓거리, 교주 전용해를 고발한 유곤용.

교육계에서도 독립운동계에서도 유명한 박희도 교장의 스캔들,(중앙보육학교 교장, 현재 중앙대학교)

순종비 순정효황후의 아버지 빚지기 대마왕 윤택영의 일생,

전국으로 중계(?)된 이인용 남작 집안의 부부 싸움,

이화여전 음악과 안기영 교수와 제자 김현순의 유부남과 처녀의 애정 도피 행각,

이화학당 졸업 후 미국 조지아 웨슬리언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 유학을 다녀온 주목받는 신녀성 박인덕의 이혼,

최초의 스웨덴 유학생 경제학사 최영숙이 귀국 후 요절한 사연.

 

 

읽기 전에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아마도 맨 앞에 나오는 어린 아이의 머리가 길에 나온 사건일 것 같다.

앞의 이야기 4가지가 다 '살인'과 관계된 내용인데, 하나같이 '완벽치안'과 '과학 수사'의 일본 경찰의 힘을 보여준다. 흥.

 

사교에 넘어가는 멍청한 사람들은 늘 어이없다. 돈 바치고 농장가서 개고생하는 건 그렇다 치고. 교주와 밤에 '신의 행사' 치른다고 딸 바치는 건 뭐임??????

 

박희도 사건은 고발한 윤신실-노원우 부부까지 셋 다 알 수가 없다는 생각만 들고, 이인용 남작과 부인 조중인 사건과 함께

역시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고 발전이 없는 건가 싶고 뭐, 그렇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 알 수가 없는 거고, 돈 냄새나면 파리가 꼬이는 거고.

이인용 건에서 맹활약한 박영효 올레-_- 그렇게 처 드시고 무덤 속에 지고 가셨나?

 

제일 인상적인 건 순종 장인 윤택영의 일생.

나라 그 판국인데 후궁도 많이 둔 고종도 웃기지만, 며느리(순종 계비 순정효황후 윤씨)는 잘 들였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봐야 황후 큰아버지 윤덕영이 들어와서 옥새 뺏아서 일본에 갖다바치고 쳤으니 100점 만점은 아니지만서도)

이거 읽고 보니 그 며느리도 역시 사람이어서 그런지.

빚 내서 흥청망청 놀고 먹는 인간한테 그렇게 돈을 자꾸 대주니까 계속 그 버릇 못 고치고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산 거다.

아버지라고 또 주고, 오빠라고 또 주고. 그렇게 하는 게 그 사람을 제대로 망치는 길이지.

그 씨잘데기 없는 데 보내줄 돈으로 나랏일이나 똑바로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얼마나 표가 났을 진 몰라도, 적어도 저 놈팽이들 밑 닦아주는 것보단 낫다고.

 

이인용 남작 후손이 딸 돌려달라고 소송 냈다지?ㅋㅋㅋㅋ 당신네 할머니(조종인)아니면 재산관리인(박영효)이 다 팔아치웠대잖아.

뭘 돌려달래는 거야. 쪽 팔리는 줄 좀 알고 조용히 좀 살아주세요, 제발.

 

안기영 교수. 내가 딴 살림 차려 낳은 딸 안남식이면 펑생 부끄러워서 어찌 살았을까 싶지만, 월북해서 대접 잘 받고 살았다니 뭐 할 말 없다.

능력있는 음악인이었는진 몰라도, 인간 말종. 아픈 부인 두고 제자랑 눈 맞아서 중국으로 일본으로 도망가서 살았으면 영원히 오지 말지 왜 와서 시끄럽게 했을까.

양심도 없는 인간. 어떻게 조강지처와 사이에 낳은 자식들이랑 같은 돌림자로 남식이라고 이름 짓냐. 기가 막혀.

그나저나 간통죄 만들 때 남자들만 의회 의원이니 쉽지 않았을 것 같긴 했지만,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 기존 여자만 대상이던 간통죄에 남자도 처벌 대상으로 하는 게 110명 중에 57표로 겨우 통과됐었다니. 역시.

 

박인덕은 최초로 위자료를 주고 (아이들은 데려오고) 이혼한 여성이 되었고, 이후 인덕대학을 세웠다고 한다. 유관순 열사가 제자라고 하고.

306쪽 위에서 3번째 줄의 '주장은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는 부분보고 '궁색하다'랑 '군색하다' 뜻 차이 찾아봄.ㅋ

 

최영숙. 그 시절 스웨덴 유학까지 가선 조국을 사랑해서 돌아왔는데 아무 데서도 일 시켜주지 않아서...

콩나물 장사를 하다가 귀국하고 5개월 만에 임신이 원인이 돼서 죽은 이야기 보면서,

나라고 뭐고 내 한 몸이 0번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야하는구나 느꼈다. 구스타프 6세한테 아낌받고 잘 살지... 돌아와서 아무 것도 못하고...

중국어, 일본어, 영어, 독일어, 스웨덴어까지 능통했다는 인재여도, 여자라서 아무 것도 못 했다니. 휴.

귀국 후 계획을 물으니 '신문기자 생활에 관심이 많습니다. 조선의 실정을 아는 데도 제일일까 합니다."라고 했다는데 아까워서 어쩌냐고.

해방까지 스웨덴에 있다가 나중에 와서 일할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텐데.

역시 인생은 실무율, 지금 선택이 중요한 거....--; 결론 이따위.

316쪽 아래에서 5번째 줄에 '일찍이' 나와서 찾아봄. 한글 어려워.ㅎㅎ

 

 

윤택영 이야기에서 192쪽, 위에서 10째줄, '젊잖게 부탁했다.' → '점잖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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