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읽다가

징비록

hkwu 2010. 2. 19. 23:40

 

 

유성룡 作, 김흥식 譯, 서해문집(http://www.booksea.co.kr), 2003.

 

앞 표지 맨 위는 녹후잡기 부분인 본문 228쪽에 나오는 충차, 삼국 시대부터 사용했고 앞에 철 씌운 쇠망치같은 걸 달아 돌진시켜 성문 부수는 무기.

가운데는 징비록 1권 부분인 본문 100쪽에 나오는 조선 문종 원년(1451) 개발된 이동식 발사 무기 화차.

맨 아래는 역시 228쪽에 나오는 운제. 삼국 시대부터 성벽 넘거나 정찰하는데 썼다는 긴 사다리가 달린 차.

뒷 표지에 나온 건 본문 86쪽의 두석린 갑주(놋쇠와 비을 이어붙인 갑옷, 투구), 101쪽의 총통과 그걸 운반하는 수레.

 

이 책은 징비록이기 때문에 선택했지만,

펼쳐들자마자 표지와 본문 사이에 넣는 종이(이게 이름이 뭘까)부터 예사롭지 않아 첫 눈에 마음에 들어버렸다.ㅋㅋㅋㅋ

청녹색에 국화 문양이 빼곡한 예쁜 종이.

 

그리고 앞 표지를 넘기자,

이 예쁜 종이 위에 흰 글씨로 박힌 기획 후기!

이 분이 낸 다른 고전물,

『동국병감』이랑 『택리지』꼭 보겠다.

남의 고전(?) 그리스 로마 신화는 계속 새로 나오고

또 나오고 또 나오고. 많이들 읽으면서.

우리 옛 책은 왜 읽지 않을까.

 

그리고 다음 장에는

흔한 '초판 발행일 2002.01.01.' 이 아니라

'1663년 유성룡의 아들 유진이 『서애집』을 간행하면서

 그 안에 수록하였습니다.

 이후 1647년, 유성룡의 외손자인 조수익이

 16권으로 구성된 『징비록』을 간행하였습니다.'

라고 써 있다. 꺄아~

이어서 옮긴 사람과 펴낸 사람, 출판사 정보를

문장으로 써 놓았고.

따뜻해보이는 느낌이 들었다.

다정도 해 보이고. 겸손해보이기도 하고.

좋다. 

 

 

 

 

 

 

 

 

『징비록』은 국보 132호로 지정된 귀한 기록이고, 우리 나라 기록글의 효시라고도 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런 건 부끄러워...

1695년 일본에서도 간행되어, 1712년 조선 조정은 『징비록』의 일본 유출을 엄히 금했다고 한다.

이런 걸 외국에 보내면 안되니까,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도... 김정호가 핍박받은 건 다 이해 못하겠다. 쳇.

현대에 들어선 조선사편수회에서 1936년 필사본으로 출간한 게 처음이라고 한다.

 

상권과 하권에는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 녹후잡기에는 당시 보고 들은 내용의 자유 기술, 2권으로 된 근포집엔 유성룡이 올린 차, 계사,

9권짜리 진사록에는 1592년부터 93년까지의 장계, 2권짜리 군문등록에는 도체찰사 재임 중에 쓴 문이류,

이렇게 16권으로 구성된 『징비록』은 유진과 조수익이 펴낸 것 말고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상하 두 권과 녹후잡기로 된 판본이 있어서 그걸로 이 책을 냈다고 하고,

그래선지 양이 참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근포집이나 진사록을 보여달라기엔 난 너무 무식하지만 그래도 쫌 아쉽다고.

 

예상 외로 이순신에 대한 내용은 적은 편이라 기대한다면 실망할 것 같다.

문장은 담담하고 차분하면서도, 왠지 입술이 쭉 삐져나와계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꽤 있다.

'내가 ~~~를 제안했는데, 나중에 책 보다 보니 나오더라. 이거 옛날에 누가 썼던 방법이래네?!

 난 그냥 생각나서 하자고 했던 건데 역시 사람 생각은 비슷한가보다' 같은 부분이 있거릉~ 히힛.

 

충주 전투에서 대패하고 평양으로 온 장수 이일의 패랭이, 베 적삼, 짚신 차림을 보고선

남색 비단 철릭을 주어 입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종립에 은정자, 채색 갓끈까지 마련해주게 되어

옷차림을 갖추게 하는 87쪽의 장면에서, 그 와중에도 차려입어야 더 있어 보이고 의지할 만해 보인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도 다시 한 번 보고.

 

 

이 책은 레이아웃이 참 좋다.

지도와 관련 유물 사진이 딱 궁금한 만큼 잘 수록되어있는 점도 좋고,

 책을 펼쳤을 때 왼쪽과 오른쪽엔 아예 단을 나눠서 주석과 사진을 넣는 공간으로 하고 있어서

언급된 인물이나 물건, 장소 등에 대해 간략하게 알 수 있고

양 쪽에 할당된 자리만큼 본문 들어갈 자리가 줄어드니 본문 압박이 전혀 없어서 책이 눈에 잘 들어온다. 행간도 널찍하고.

그러니 어린 학생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겠다. 우리 건준비랑 나중에 콩이도 크면 보라고 해야지.ㅋㅋㅋ

 

임진왜란에 대해 기록한 다른 책과 함께 보면서(『난중일기』같은)

여러 사람의 말을 통해 좀 더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느낌이 좋다.

말과 글은 정말 대단한 거라는 생각이 거듭 드는 순간,

그래 싸울 때도 양쪽 말 다 들어봐야해, 뭐 이런 저렴한 생각도 들고.ㅋㅋㅋㅋㅋ

 

 

도무지 개념이라곤 없어뵈는 임금님 선조.

그 조정에서 그만큼 해내신 것 매우 존경하고, 왠지 어릴 때부터 이 분 성함이 너무 좋고~

하지만 통신사 보고할 때, 왜 부사 김성일의 '전쟁은 안 날 겁니다.'를 공적인 자리에서 논박하지 않고

조용히 둘이 따로 물어본 것인지.... @_@ 무서운 파벌 싸움......

 

 

197쪽 화왕산성에 대한 설명의 4번째 줄에 '바외산을 등지고'라고 하는데, 바외산이 이름인지, 바위산의 오타인지 모르겠다. 왠지 이름인 것 같긴 한데.

그리고 229쪽 화성 서북포루에 대한 설명엔 밑에서 4번째 줄에 '공격할 수 있는 공격할 수 있다'라서 정리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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