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다반사

부케받은 여자

hkwu 2011. 6. 26. 23:32

부케 받으라는 부탁은 처음 받아본다.

근데 식 전날 밤 9시에 제안하는 건 너무 하지 않니?ㅋㅋㅋㅋㅋㅋ

니 마음을 받기는 무슨 니 마음을 받냐.

나를 버리고 가는 니 마음이라니, 흥.

게다가 다 거절해서 그래서 마지막에 나라니.ㅠ

 

 

 

 

그 흔한 첫사랑도 하나 없이 부케받은 건 내가 우주 최초일 거야.

교회에서 하는 식도 처음 가보고,

맨 앞 줄에서 사진 찍는 것도 처음이고, 그것도 신부 옆ㅋㅋㅋㅋㅋ

게다가 어젠 비바람 부는 6.25...

 

내가 6개월 저주 따윈 끊어줄 수 있지만ㅋㅋㅋㅋㅋ

그래도 잘 말려서 100일 뒤에 태우라는 건 지킬래.

그건 내 문제가 아니라서 무시할 수가 없단 말이야.

 

 

망할ㅠㅠ 1주일쯤 전에 이렇게 되었는데

생전 이런 건 처음이고 대체 뭣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저렇게 울퉁불퉁하고 엄!청! 가려운데!!!

만져보면 평소처럼 부들부들하고 이게 뭐냐고.ㅠㅠㅠ

그래서 내가 목 있는 블라우스 입겠다고 했는데ㅠㅠ

신부가 펄쩍 뛰어서 결국 목 파인 시커먼 얌전 원피스 입음..ㅠ

아벤느 미스트50짜리 한 통 반에 대한항공 기내용 미스트 한 통,

네이처 리퍼블릭 알로에젤 30짜리 샘플ㅋㅋㅋ을 들이부어도 낫지 않고.ㅠ

사진에 두드러기 보이면 사진사 두 사람....ㄱ-

시경님 말처럼, "달걀로 바위를 깰 순 없지만 얼마나 더러워지는지 보게" 될 것임.ㅋㅋㅋ

 

그나저나 여름용 화사한 원피스도 하야 사야겠다 생각했다.

늘 조용하고 눈에 안 띄는 것만 고르다보니 원피스가 죄다 너무 심심해서

씐나는 날 입을 게 없네.ㅋㅋㅋ

 

 

 

이건 오늘 올라온 예식 동영상.ㅋㅋㅋ

 

아. 이렇게 살고 싶어. 신부 동생 참 이쁘고 귀엽네.

 

 


추가.

 

100일이 되는 10월 3일 밤,

한강 앞 모래 위에서 리본째, 본죽 종이가방과 함께 붙태웠다.

(여담인데 본죽 종이가방은 꽤 잘 만든 듯. 남자가 잡아뜯는데도 손잡이는 끝까지 안 떨어졌다.ㅋㅋㅋㅋㅋ)

 

이건 부케 태우려고 산 라이터랑 부케에서 떼어낸 리본 고정용 핀.

돌리는 건 내가 못 해서 일부러 누르는 것 사러 다님.ㅋㅋ

태우러 가는 세 사람 다 라이터 안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니;

 

부케 잘 태우고 나니 큰 짐 덜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