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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달력, 장용민, 시공사, 2009

hkwu 2009. 10. 12. 00:20

신의 달력

저자 장용민

출판 시공사 (2009)

 

이번 i prosumer 서평으로 받은 책.

전작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의 세밀함과 한국인이 외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는 점에 끌려서 신청했는데 됐다. 으흐흐.

 

이거 응모기간이 9월 1일부터 15일, 당첨자 발표가 21일이었는데,

문제는 배송 안내가 전혀되지 않았다는 것. 심지어 착불인데 말이다.

결국 10월 7일에 도착했고, 집을 지키던 내가 무사히 받긴 했지만,(7일은 택배러쉬. 향기님 EMS도 오고 책도 오고 밤꿀도 왔따!ㅎㅎ)

 

그리고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평 등록하라고 하고선 1주일도 안 남기고 배송하다니 이런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나는 적어도 열 번 이상 읽은 책 정도만 이야기하는 사람인데, 겨우 두 번 읽었다고.

한 달 쯤 여유가 있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2주는 주는 게 어떨까 싶었다.

 

반면 배송이 천천히 돼서 좋았던 점은, 서평을 신청한 이후, 소개된 줄거리를 까먹었다는 것.ㅋㅋㅋㅋ

'한국 작가의 외국 배경 소설이다'만 기억하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좋았다.

주인공 하워드가 사설 탐정인 것도, 딸 사고도 책에서 알게 돼서.

아무튼. 서평 진행 부분에 대한 말은 여기까지.

 

 

읽기 전에나 중에나 후에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치밀한 구성'이다.

예수부터 아인슈타인까지, 정말 다양한 소재를 설득력있게 이어붙여낸 이 능력, 정말 좋다.

(스포일러같은 짓일까 걱정되지만 역시 쓰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소재는 정말이지 다양하다.

 

그것도 실존에서 허구까지, 과학부터 종교까지 분야를 망라해서.

소설 속 형사, 사설 탐정, 수녀가

실제 현실의 과학자 아인슈타인, 소설가 스위프트, 쿠쿨칸, 케찰코아틀, 마야력, 콜럼부스,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 탐사 등을 통해서

무언가를 알아내는 이야기.

 

쿠쿨칸이나 케찰코아틀, 마야력에서 지정한 종말의 날(2012년인가 13년인가) 같은 경우에

이미 많은 책과 영상에서 다룬 소재지만, 거기에 참신한 다른 소재를 붙여서 얼개를 만들고 살을 붙여 읽는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참 좋다.

중요한 소재 대부분이 허구가 아니라, 실재하는 '사실'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차용한 것이라는 점을 특히 좋아한다.

다양한 시각이란 어느 곳의 어느 때의 누구에게든 중요한 거니까!

 

읽다보면 결론은 짐작이 가는, 어찌 말하면 뻔한 책일 수도 있는데

역시 결론보다는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 중요한 책이라서, 즐거웠다.

작가의 호흡을 따라가면서도 내 나름 이것저것 떠올라서 또 재미있었고.

 

어쩌면 어떤 사람들은 '어디서 들은 것 같'거나 '비슷한 거 있었던 것 같'아서 실망이라 할 지 모르지만

관건은 내용의 얼개에 따른 흡입력이니 무리는 없을 듯.

 

읽으면서 내가 떠올린 것 중에 기억나는 건,

토마스서를 비롯한 온갖 성경,
[리핑, 열 개의 재앙], [데스티네이션] 같은 종말 내지는 운명을 다루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써로게이트]처럼 자식을 사고로 잃은 주인공이 나오는 미래를 다룬 영화,
방황하는 유태인 아하스 페르쯔, 프리메이슨, 장미십자회, 이집트 문명의 풀리지 않는 의문,
신을 달래기 위한 마야와 잉카의 인신공양, 제국주의 침략 역사 같은 어디서 주워들은 온갖 잡다한 것들,
그리고 일본이 가라앉으면 과연 한국과 중국에 아무 일도 없을까에 대한 평소의 내 의문 같은 것,
책 중에서는 이우혁의 [퇴마록],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지문],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 등인데,
특히 헨콕의 책은 [신의 달력]을 보고 마야와 잉카 문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 추천.
(제목은 손가락의 지문을 말하는 거고, 97년쯤 출판된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고고학 관련 인문서적임)

처음에 오랜 시간 변치 않고 다치거나 죽지도 않고 역사 상 중요한 곳에 늘 존재했다는 새뮤얼 베케트를 보면서는
영국 SF드라마 시리즈 [닥터 후]도 생각났고!!! 아 닥터~

닥터 후 (뉴) 시즌 1에서 보면, 닥터 매니아 클럽 회원들 말 중에 '닥터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인류의 중요한 순간에 늘 있다'는 대사도 있고

닥터는 안 늙고, 죽을 상황에서도 재생성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어서 말이지. 꺅!


발견한 오타는 상 하권 각 1부분씩,
 - 상권  280쪽, 아래에서부터 2째줄「100년 이상 지닌」은 「100년 이상 지난」
 - 하권  130쪽 역시 아래에서부터 9째줄 :「583,092」는「583.092」로 고쳐야하겠고,


끝으로 칭찬 한 가지 덧붙이자면.
책이 두께에 비해 매우 가벼워서 휴대하면서 읽기 부담없어서 정말 좋았다는 것!
문고판 도서에 많이 쓰는 정도의 재질인데,
요즘은 워낙 고급 양장을 선호해서 보다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는 책도 많지만,
어차피 책도 영원히 상하지 않는 게 아닌데 일없이 휴대하기 힘들고 단가도 오르는 것보다는 이 쪽이 좋다.
아무리 전자기기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해도
여전히 종이가 주는 감을 놓칠 수 없는 나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가볍게 내놓아주시는 책은 가뭄의 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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