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전작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의 세밀함과
한국인이 외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이라는 점에 끌려서 신청했는데 당첨됐어요. ^^
우선 진행과정에서 느낀 점 말씀드릴게요.
응모기간이 9월 1일부터 15일, 당첨자 발표가 21일이었는데,
배송 안내가 전혀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심지어 착불인데 말이죠.
배송이 대략 언제쯤이라고 알려주시면 택배 오배송에 대한 불안감은 없을 겁니다.
전 엄청 걱정됐거든요.
결국 10월 7일에 도착했는데, 12일부터 리뷰 등록인데
1주일도 안 남기고 보내주시는 건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여러 번 읽은 책만 나름의 ’평’을 이야기하는 사람인데, 겨우 두 번 읽었거든요.
하지만 반면에 배송이 천천히 돼서 좋았던 점은, 서평을 신청한 이후 소개된 줄거리를 잊어버려서
’한국 작가의 외국 배경 소설이다’만 기억하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좋았다는 겁니다.
주인공 하워드가 사설 탐정인 것도, 딸 사고도 책에서 알게 돼서요. ^^
아, 그리고 보내주시는 책에 비매품 표시 해주시는 게 좋겠습니다.
별로 좋은 건 아니지만 온라인으로 책을 파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_-
아무튼~
읽기 전에나 중에나 후에나 가장 인상적인 것은 역시, ’치밀한 구성’입니다.
예수부터 아인슈타인까지, 정말 다양한 소재를 설득력있게 이어붙여낸 이 능력, 정말 좋습니다.
(스포일러같은 짓일까 걱정되지만 역시 쓰지 않을 수 없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소재는 정말이지 다양해요.
그것도 실존에서 허구까지, 과학부터 종교까지 분야를 망라하지요.
소설 속 인물인 형사가 사설 탐정, 수녀, 과학자, 사학자, 변호사 등과 마주치면서
실제 현실의 과학자 아인슈타인, 소설가 스위프트, 남미 전설 속의 쿠쿨칸과 케찰코아틀,
마야력, 콜럼부스, 아문센과 스콧의 남극 탐사 등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내어 갑니다.
쿠쿨칸이나 케찰코아틀, 마야력에서 지정한 종말의 날(2012년인가 13년인가) 같은 경우는
이미 많은 책과 영상에서 다룬 소재지만, 거기에 참신한 다른 소재를 붙여서
얼개를 만들고 살을 붙여 읽는 사람을 설득하는 힘이 참 좋습니다.
중요한 소재는 대부분 허구가 아니라, 실재하는 ’사실’을 조금 다른 시각에서 차용한 것이라는 점도 좋고요.
다양한 시각이란 어느 곳의 어느 때의 누구에게든 중요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읽다보면 결론은 짐작이 가는, 어찌 말하면 뻔한 책일 수도 있는데
역시 결론보다는 결론으로 가는 과정이 중요한 책이라서, 재미있었습니다.
뒷내용이 자꾸 궁금해서 나눠 읽지도 못하고, 그냥 하루 밤 꼬박 새벽까지 다 읽었어요.
작가의 호흡을 따라가면서도 내 나름 이것저것 떠올라서,
그런 것에 대해서 또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니 이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어쩌면 어떤 사람들은 ’어디서 들은 것 같’거나 ’비슷한 거 있었던 것 같’아서 실망이라 할 지 모르지만
관건은 내용의 얼개에 따른 흡입력이라고 생각해요.
읽으면서 떠올린 것 중에 기억나는 건,
토마스서를 비롯한 온갖 성경,
[리핑, 열 개의 재앙], [데스티네이션] 같은 종말 내지는 운명을 다루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써로게이트]처럼 자식을 사고로 잃은 주인공이 나오는 미래를 다룬 영화,
방황하는 유태인 아하스 페르쯔, 프리메이슨, 장미십자회, 이집트 문명의 풀리지 않는 의문,
신을 달래기 위한 마야와 잉카의 인신공양, 제국주의 침략 역사 같은 어디서 주워들은 온갖 잡다한 것들,
그리고 일본이 가라앉으면 과연 한국과 중국에 아무 일도 없을까에 대한 평소의 제 의문 같은 것,
책 중에서는 이우혁의 [퇴마록],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지문], 댄 브라운의 [천사와 악마] 등인데,
특히 헨콕의 책은 [신의 달력]을 보고 마야와 잉카 문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 추천합니다.
(제목은 손가락의 지문을 말하는 거고, 97년쯤 출판된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고고학 관련 인문서적이예요)
처음에 오랜 시간 변치 않고 다치거나 죽지도 않고 역사 상 중요한 곳에 늘 존재했다는 새뮤얼 베케트를 보면서는
영국 SF드라마 시리즈 [닥터 후]도 생각났고요.
발견한 오타는 상 하권 각 1부분씩,
- 상권 280쪽, 아래에서부터 2째줄「100년 이상 지닌」은 「100년 이상 지난」
- 하권 130쪽 역시 아래에서부터 9째줄 :「583,092」는「583.092」로 수정해야 해요.
끝으로 칭찬 한 가지 덧붙입니다.
책이 두께에 비해 매우 가벼워서 휴대하면서 읽기 부담없어서 정말 좋았어요.
문고판 도서에 많이 쓰는 정도의 재질인데,
요즘은 워낙 고급 양장을 선호해서 보다 두꺼운 종이를 사용하는 책도 많지만,
어차피 책도 영원히 상하지 않는 게 아닌데 일없이 휴대하기 힘들고 단가도 오르는 것보다는 이 쪽이 좋습니다.
아무리 전자기기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 해도
여전히 종이가 주는 감을 놓칠 수 없는 저같은 사람한테
이렇게 가볍게 내놓아주시는 책,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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