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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헌 지음, 프로네시스(웅진씽크빅), 2010.
지식전람회 시리즈 035 역사이야기, 조선시개 문묘 종사 논쟁 읽기.
아. 1쇄의 향기는 언제나 아름답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목이랑 소재도 마음에 들었고 표지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잡았다.
학 두 마리가 있는 흉배. 당상관. 권력층의 상징이고 문관이라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근데 누구 초상인지;ㅁ; 턱만 보이니까 알 듯 말 듯 궁금해 궁금해.
6장과 보론까지 해서 7개의 장으로 나눠서 어떤 사람을 종묘에 모시자는 주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설명하는데, 재미있다~ 읽기 전 예상대로, 예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거는 거기서 거기기에, 학문이 대단하다고 문묘에 모시는 것만은 아니니까. 그 사람 또는 그 사람의 제자나 친구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 이이와 성혼이 종사, 철향, 복향된 건 이런 면에서 보면 조금은 의외이기도 하지만.
정도전이랑 정몽주 편은 워낙 많이 읽어서 그런지 조금 심드렁했으나
(만날 나오는 한고조와 장량 이야기 또 나오고ㅋㅋㅋ, 정몽주가 그리 충신은 아니었다 생각하고 그래서.ㅋㅋㅋㅋ)
3장 조광조, 4장 오현(정여창,김굉필,이언적,이황,조광조), 5장 조식, 보론을 완전 재미지게 읽었다. 다른 장보다 요 세 장이 내용도 많고.ㅎㅎ
40쪽에서 41쪽에 걸친 (선)불교에 대한 간략하면서도 정확하고 쉬운 설명이 인상적이다.
모든 것에서 중도를 지키되 중도라는 것도 잊는, 자유로워지되 자유롭다는 것을 잊는, 집착이 시작되는 분별을 버리는 것이 핵심인데, 정말 잘 설명했다. 아집我執과 법집法執 얘기로 시작해서 물 흐르듯 앞뒤 설명도 잘 맞다. 평소 선불교는 종교라기보다는 실상 철학이라고 생각하는데.ㅎㅎ (물론 종교는 철학의 범주에 들어가긴 하지만 그건 학문적인 분류로 그렇게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95쪽에서 99쪽까지는 조광조가 과거 합격하고 사간원 정언에 임명되자마자 양사 간관 모두 파직하라는 건의를 한 것을 소개하는데, 간만에 보는 조선 사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공무원 시험 붙고 석 달 뒤에 (본문 표현을 빌어서→) '정무수석실과 검창철의 전 간부를 파직'하라고 말하는 조광조도 대단하지만, 그 뒤가 더 멋지다. 홍문관에서 이 주장이 옳으나 전 대간의 파직은 지나치며 그렇다고 조광조를 비판하는 것도 그르다고 의견을 내고, 정치적으로 사림파와 대립하던 대신들 '좌의정 정광필·우의정 김응기·우찬성 김전·우참찬 남곤 등'이 조광조의 의견을 지지하고, 결국 이틀만에 전부 교체가 되었다는 것. 꼬꼬마 말단의 말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가열찬 논쟁 끝에 받아들이는 바로 저 모습. 지금 환생한 조광조가 5급 공무원쯤에 수석 합격하고 저런 보고서 내면 바로 짤리지 않을까. 애초에 현대 사회에 조광조를 기대할 수도 없지만. 아무튼, 학자님들이 이렇게 멋진 부분도 자주 소개했으면 좋겠다. 성리학이 문에 치우쳐 무를 소홀히 해서 국력이 약해졌단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지금은 사림이니 붕당이니 하면 나쁜 면만 유독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서, 좋은 것도 알고 나쁜 것도 안 다음에 판단해야하는데 비 전공자 입장에선 그게 어렵다. 아. 이때만 해도 중종도 조금은 괜찮았는데.
230쪽에 나오는 학생들에게 사과하는 효종을 봐도 이런 조선 사회 특징이 보인다. 목숨걸고 뻗대는 유생들 가끔 질리고 징그럽기도 하지만, 쟤네 저런 다고 사과할 줄 아는(실상은 어쩔 수 없이 사과한 거겠지만;) 왕도 굉장하다. 단발령 내린다고 자기 목 자르라고 자살하는 유생들은 어이없었지만(그러느니 왜놈 하나라도 죽이셨던 게 낫다능;)
200쪽에 소개된 조식의 을묘사직소도 쫌 멋있다. 지금 나라가 망해가는데 전설적인 사람이 온다 해도 못 구할 텐데 내가 어떻게 출사를 하겠냐는 내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문정왕후를 '구중궁궐의 한 과부', 명종을 '다만 선왕의 한 고아'라고 표현하다니! 캬오~ 이러니 그 문하에서 의병장이 쏟아진 거라니까. 에휴..
219쪽에 반정 직후 이이의 문묘 종사를 청하는 서인들의 상소를 물리치는 인조는 읽은 것 중에 최고 나은 모습이다. 조선 3대 암군이 선조, 인조, 고종이라고 생각하는데. --; 반정을 함께한 서인에게 권력이 있으니 명분까지 줄 순 없다 싶었던 거라니, 처음에 이렇게 머리 잘 돌아가놓고 뒤엔 왜....--;
홍경주 일당과 중종이 함께 조광조를 제거했다는 것도 옳다고 생각하고
(그리 총애하던 신하를 창졸지간에 사사하다니 왕이 실각한 게 아닌데 그럼 왕이 버린 거지;)
보론에서 '퇴계 주리파 - 율곡 주기파' 아니고 잘 보면 둘 다 통하는 거라고, 왜 일제 관변학자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냐고 하는 지은이의 말에 완전 설득됐다. 이렇게 알아먹도록 설명해주시니 매우 고맙습니다, 하고 엽서라도 보낼 기세.
(읽으면서 어색한 부분 표시한 거.ㅋㅋㅋㅋ 디 에이트는 정말 틈이 없었는데, 이건 별로 안 많다. 디 에이트를 찍을 걸;)
97쪽 밑에서 12줄, '중종도 신씨가 복위해 아들을 낳게 되면 장경왕후의 소생으로 훗날 인종이 되는 원자의 안위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 ' 중종에게도' (조금 어색하여..)
98쪽, '결국 조광조의 구장은 언로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분으로 박상·김정을 처벌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그들의 처벌을 주장한 대간을 파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쉼표가 '명분으로' 뒤에 있는 게 더 이해하기 쉽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광조의 주장의 근거는 '언로를 막는 것은 잘못'이라는 거고, 그러니까 '언로를 막는 걸 막아야 할 언관이 오히려 상소한 이의 처벌에 앞장섰으니 이를 안 될일이라고 한 거니까. 지금 상태라면 <저 명분으로 두 사람을 처벌하는 것> = <아니될 일> 로 보여서.
101쪽 위에서 7줄, '조광조는 우리 역사에서 세종시대가 비교적 이상적인 정치가 시행되던 때로 간주했다.' → '세종시대를' 또는 '때라고 여겼다.' 정도.
122쪽, 소제목에 오타 '끝내 좌초한 조광조의 도하적 이상주의' → '도학적' (바로 아래 줄은 제대로 찍혔는데;)
122쪽 밑에서 1줄, '조광조과 제시한 도학적 이상주의는' → '조광조가' (활자가 이 부분에 약하신 건가.ㅋㅋ)
123쪽 밑에서 10줄, '그래서 조광조가 현실 정치에서 선택한 방법은 임금의 도덕적 성취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군자와 소인을 분별하고 소인을 퇴출시키거나 나아가 왕과의 투쟁도 불사하지 않았다.' → '…불사하지 않는 것이었다.'
192쪽 위에서 3줄(편지 부분 제외), '조식의 선택이 더 낳은 선택이었음을 인정했다.' → '나은'
.. 매우 실망이다. 인터넷에 넘치는 틀린 표현 중에 내가 제일 소름끼치는 것 3가지가 '햇고'처럼 ㅆ받침을 ㅅ로 쓰는 거랑, 기사 덧글이나 물건 비교에 많이 나오는 '이게 낳냐, 저게 낳야'랑 상품평에서 '문안해요' 이건데.ㄷㄷㄷ
221쪽부터 이이와 성혼의 종묘 종사에 반대한 성균관 유생들의 대결을 설명하는데, 반대한 남인 계 성균관 유생들 이름이 헷갈린다. 221쪽에 남인 유생 중심이 채진후라고 나오는데, 222쪽 맨 위에도 채진후인데 바로 아래 3줄엔 채인후라고 한다. 오타가 아니라면 성이 같고 돌림자도 같은 것 같으니까 형제 아니면 친척이겠고 그러면 같은 당파겠지 싶지만, 기묘사화에서 백유양의 집안을 풍비박산 내고 지만 잘 처먹고 잘 처살겠다고 날뛴 백유함 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으니까. --; 목숨 걸고 조카들 장사 치러준 옆집 서자까지 죽인 걸 보면 어쩔 수 없던 게 아니라 작정하고 나댄 거잖아. 사촌에 조카 진민, 홍민, 수민 3형제까지 네 부자 다 죽고 살아남아 행복했을까.
298쪽 부록 1, 밑에서 2줄, '현재 문묘에는 공자를 포함해 39명으로 모두 대성전에 모셔져 있다.' → '39명이'. 그리고 수동 표현 말고 '모시고 있다'도 좋겠고. 나도 정신 안 쓰고 수동표현 자꾸 쓰는 게, 조심하고 있는데 잘 안되는데;
지은이는 한양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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