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읽다가

왕비의 침실

hkwu 2010. 9. 15. 17:35

왕비의 침실 Secret d'Etat, 쥴리엣 벤조니, Juliette Benzoni, (주)영림카디널, 2001.

 

1권 국가의 비밀 La Chambre de la Reine

 

2권 서민들의 왕 Le Roi des Halles

 

3권 가면 속의 죄수 Le Prisonnier Masque

 

루이 13세부터 태양왕 루이 14세에 걸친 17세기 중후반 프랑스, 팩션.

꽤 선정적인 번역 제목이야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_- 불어 못하는 내가 봐도 원제는 대략 국가의 비밀 같은데.

원문에도 몇 번 '이것은 국가의 비밀에 관련된 거야'라고 나왔어서 눈치로ㅋㅋ

나오자마자 쌓아놓고 읽었던 건데 10년이 흘러버렸으니; 실비가 엄청 고생했던 거랑, 가면 쓴 죄수 나온 거만 기억나서

어제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대출해오는데 같이 간 언니가 제목 보고 지은 표정이;;ㅋ

 

 

많은 소설과 만화에서 그렇듯, 이 작품도 한 귀족 집안이 별안간 몰락하는 데서 시작한다.

드뢰의 거대한 숲 기슭의 아네 공국의 성인 라 페리에르가 어느 날 밤 검은 복장의 괴한들에게 몰살되고,

6살 막내 실비 드 발렌만 살아남게 되고 자라서 정치에 휘말리는 것.

간단하게 말하라면 大 페르 뒤마의 [삼총사]의 후편인 [철가면]의 다른 버젼.

 

루이 13세의 이복형의 아들 ; 조카 = 훗날의 보포르 공작 = 앙리 4세와 (공식 사망 원인은 자간이지만 다들 독살이라고 말하는) 가브리엘 데스트레 사이의 장자 세자르 드 방돔의 둘째 아들 = 마르티그 왕자 = 프랑스 해군 제독 = 프랑수아 드 부르봉 방돔이 우연히 발견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방돔 공작가의 보호 아래 자라게 된다. 그리고 왕비 안 도트리슈의 시녀로 왕궁에 들어간다. 당연히(!) 실비는 프랑수아와 사랑하는데 몰락 가문 딸이다 보니 (+다른 이유 잔뜩) 거기엔 난관이 많고. 기대도 없던 일이라며 부유한 친척 누가 갑자기 상속인 없이 죽어서 그 유산을 받게 된 경우도 역시 나오고.ㅋㅋㅋㅋㅋ

 

이렇게 대놓고 흔하고 식상한 소재에 등장인물에 이야기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다.

괜히 좀 특출나고 독특하게 하려다가 망하는 것보단 어떻게 될지 다 보여도 끌려드는 것도 괜찮으니까.

요즘 SBS 자이언트 보고 요 생각 자꾸 했다. 차라리 뻔하고 식상한데 재미있는게 낫다고.

음모라는 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은 보통이 아니니까.ㅋㅋㅋㅋㅋ

 

 

많이 만나다보니 남의 나라 역사 속 인물 치고는 이미 과히 익숙한 사람이 많이 나온다.

그리고 늘상 그랬듯 프랑스 역사를 한 번쯤은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불어도 알면 참 좋겠단 생각도 하고.

누가 실존인물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하고, 원어가 주는 감성이 궁금하니까.

 

앙리 4세, 첫 부인 마르그리트 드 발루아, 다음 부인이 될 뻔한 공식 첩 가브리엘 데스트레, 다음 부인 마리 드 메디치.

근데 Henri라는 이름은 자꾸 영국 Henry 8세 생각나게 한다. 둘 다 여자문제로 시끄러운 사람들이어서 --;

08년인가 09년에 읽은 [퍼플 라인]이 이 부분을 소재로 쓴 책임.

암튼 데스트레가 식 올리기 겨우 며칠 전에 그리 갑자기 죽지 않았으면 세자르 드 방돔은 왕세자를 거쳐 왕이 됐겠지..

 

마리 드 메디치의 큰 아들 루이 13세, 그 부인인 손이 가장 아름다웠다는 오스트리아의 안 도트리슈,

별칭 오로라로 자주 불리는 마리 드 오트포르, 언급만 되지만 역시 무게감 있는 버킹엄 공작(과 다이아 목걸이--;),

리슐리외 추기경, 루이 13세와 14세를 모시는 달타냥 D'Artagnan,

안 도트리슈 경우는 안 예뻤단 소리다. 가끔 어떤 때엔 '귀엽다'는 '예쁘지 않다' 또는 '못 생겼다'와 같은 뜻인 것처럼.

그냥 미인이었으면 유럽 최고 미인 어쩌고 저쩌고 하지 손이 예뻤다고 하겠냐고.

근데 대체 왜! 이런 왕비한테 반해서 인생 버리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던 거지?..

뭐 겉으론 미에 찬사를 보냈지만 진심은 그 배경과 조건에 뛰어든 거라고 우기겠음.(초상화 찾아보면 우기기 힘들지만;)

[삼총사] 때문에 악인으로 찍혀서 참 안타까운 리슐리외 추기경은..

독재는 나쁘고 뭐 이 사람도 다 잘한 것 아닐 테지만 적어도 프랑스(와 자신의 부귀영화-_-)를 위해 살았으니

왕비보다야 괜찮은 인물 아닌가? 시집와서 친정이랑 프랑스랑 전쟁났는데 말릴 생각은 안하고 부추기면서

주변 인물들 동원해서 친정으로 기밀 누출하고, 다 써먹었다 싶으면 심복들 버리던 안 도트리슈보다야 훨씬 낫다고.

남편이 준 다이아 목걸이도 외간 남자한테 줘버렸으면서.

어릴 때도 이상했지만 커서 보니 대체 달타냥이 왜 이 여자 때문에 목숨을 걸었는지 참 모르겠다.

차라리 가상 인물인 실비에게 헌신하는 게 더더더더더더더 멋지던데ㅠ

사족이지만 이 책에서 안 도트리슈의 손이 아름답다는 건 1권 140쪽 ⅔쯤이랑 3권 297쪽 아래쪽에 나온다. 더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는 고로.

  

루이 14세, 부인 마리 테레즈, 첫 공식 첩 루이즈 드 라발리에르, 다음엔 아테나이스 드 몽테스팡(실비의 딸 마리와 왕제비를 모시던 시녀), 왕제 필립 도를레앙과 왕제비 영국 공주 헨리에타, 마자랭 추기경(마자리니).

태양왕. 자기보다 돈 많다고 대신 하나 골로 보내고, 걔네 성이 샘나서 거기 참여한 애들 다 불러다 미친 호화 궁전 베르사유를 짓고, 또 뭐 다양한 방법으로 손자랑 손자며느리 골로 보낼 바탕을 깐 골 때리는 할아버지.

자신은 절대권력을 누렸겠지만 그게 자기 집안 말아먹는 거였다. 조선 말기 누구 누구들 생각나는 인물.

 

데스트레의 큰 아들인 방돔 공작 세자르, 부인 프랑수아즈 드 로렌 메르쾨르, 이 부부의 세 아이들인 메르쾨르와 방돔 공작 루이 드 메르쾨르, 느무르 공작부인 엘리자베트 드 방돔, 보포르 공작 프랑수아, 아들 가정교사 에스트라드, 딸 가정교사 뷔르 부인, 로렌가에서 세자르와 혼인한 공작부인을 따라 방돔으로 온 마馬술교관 페르스발 드 라그넬, 브르타뉴 출신이고 쥐공의 베네딕트 파 수도원에서 도망쳐나와 라그넬 기사의 시종이 된 코렁텡 벨렉, 프랑수아의 시종 겅스빌과 브리예, 의사이며 신문 가제트 발행인인 테오프라스트 르노도, 1622년 프랑스 총 사령관 프랑수아 드 바솜피에르  남작, 순진하게 너무 최선을 다해서 국왕을 대했다가 숙청된 집들이 한 번에 인생 종쳐버린 불쌍한 보르비콩트 성의 검찰총장 및 재무총감 니콜라 드 푸케.

실비를 싫어했다곤 하지만 별 위협은 하지 않은 관대한 메르쾨르 공작 루이가 의외다. 어릴 때 실비 싫어하던 걸 보면 한 대 쥐어박기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ㅋ 비중 없는 인물이라 그냥 지나갔겠지.ㅋㅋㅋㅋㅋ

 

몇 쪽 안나오는데 강한 인상 주는 그라몽 장군. 코코아를 들여온 사람으로 실비 쫓아다니는데, 장 드 퐁솜의 아버지의 친구로 설정되어있다. 이 사람한테 실비가 과감한 언사를 퍼부었을 때 매우 통쾌했다.ㅋㅋㅋㅋㅋㅋ

비슷한 이미지인 바솜피에르 남작과는 너무 반대야. 크크크.

(바솜피에르 장군도 늘 실비를 도왔는데 실비는 몰랐고 장군도 실비 자체는 잘 몰랐다. 페르스발을 구해준 게 실비 인생에 가장 큰 도움인데도.)

 

제일 중요한 인물이 가면 쓴 죄수일텐데(분량은 3권 ¼밖에 안되지만), 실제로 생 마르스의 기록으로 공문서가 있다고 한다. 1669년 덩케르크 항구에서 체포되고, 사부아 국경의 요새 피네롤에 수감되었다가 칸(!)의 섬 생트 마르그리트 섬으로 옮겼다가 바스티유에서 1703년 사망한 가면을 쓴 죄수. 예수회 수사들이 써준 묘비의 Marchiali를 애너그램으로 해석하는 설도 있다고 하고. 죽어서도 가면을 쓰고 묻혔다는데 34년이나 가둬두고 잘 대접하면서 외부 접촉은 절대 안되고, 간수랑도 생필품 달란 것만 말할 수 있다는데. 이런 식으로 단 한 사람이 계속 그를 지키게 했다고 하니 루이 14세의 쌍둥이라거나 친아버지라거나(퀵스우드 경) 하는 추론이 엄청 믿음직스러운 건 당연한 거다. 안 죽였든 못 죽였든 암튼 살려둔 걸 보면 함부로 죽일 수 없는 신분인 거니까. (여기 나오는 베니뉴 도베르뉴 드 생 마르스는 달타냥의 총사대 출신이라 쟝의 친구로 나오는 마사대감 앙리 데피아 드 생 마르스랑 다른 인물임.)

 

그리고 아마도 가상일 것 같은 사람들이,  (프랑수아의 시종들처럼 고용인들은 거진 그럴테고)

방돔 공작령인 안네 봉국의 남작가의 장 드 발렌, 마리 드 메디치의 사촌 쉬아라 알비치, 이 부부의 큰 딸 클레르, 아들 베르트랑, 막내 실비. 뒤에 실비의 남편이 되는 장 드 퐁솜, 라그넬 기사 집안의 친구이자 늘 도움만 주고 가는 쿠라주 대장, 파리 민사 재판관 이삭 드 라프마. 등등.

 

 

통속예술의 가장 위대한 소재는 사랑인데.

이 소설 속 많은 사람 중에 몇 사람은 정말 멋지다. (주인공 편에서 볼 때라는 점이 아쉽지만;)

 

쉬아라 알비치를 늘 사랑해서 평생 쉬아라의 딸인 실비를 위해 헌신한 대부 페르스발. 여든 즈음까지 살며 죽을 때까지 실비를 아껴주고 지켜준 사람.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 남자를 선택한 실비는 늘 비빌 언덕이 되어준 대부의 임종도 못 지키게 됐다. 성당 다니는 분들은 대부, 대모 있던데 정말 소설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각별한지 굉장히 궁금하다. 물어볼 수도 없고.

 

실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한 쟝. 엇갈린 사랑을 하는 주인공한테 얽힌 사람이 거의 항상 그런 것처럼, 덜 사랑받고 살다가 비명에 가버렸다. 그러잖고선 주인공들을 행복하게 끝낼 수 없으니까 뭐 작화적으로 어쩔 수 없는 거고 원체 그게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장이 죽는 장면은 심해도 참 억지 심했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다. 늘 온화하고 늘 실비를 사랑하고 실비의 명예를 믿는 장이 왜 갑자기 편지에서 의심하는 빛을 보이더니 갑자기 최악의 시점에 딱 맞게 콩플랑 집에 돌아와서 눈이 뒤집혀선 결투라고 덤벼들어서 그렇게 된 거냐구. 에이. 나만 이해 못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역시 작화적인 면에서, 가문의 마지막 후계자인 겅스빌과 결혼한 에노라 드 케르모르반 양이 아이를 낳다가 죽고 그 아이도 죽은 거랑 실비가 프랑수아보다 먼저 죽은 거랑 생 마르스가 오래 산 것은 당연한 거다. 그래야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고 겅스빌의 희생만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거니까.) 세상에 없거나 있어도 이미 임자 찾았 것이 분명한 최고의 남자. 쟝-_-

 

늘 보상받지 못하는 사랑만 하는 근위대장 달타냥. 3권 초입에 혜성같이 등장한 해결사~ㅎㅎ

안 도트리슈에게 낚여 목숨을 걸었지만 초상화 하나로 만족하고 평생 그 초상화를 '모시고' 사는 남자.

실비를 사랑하지만 실비의 사랑은 자기가 아닌 걸 알기 때문에 '정중한 우정'으로 늘 지키고 도와준 사람.

늘 묵직하고 선량한 달타냥과 실비의 마지막 인사는 너무 슬펐다. 달타냥은 페르스발이랑 닮았다.

그런데 달타냥 생각하다보니 어릴 때 강아지로 다시 태어난 삼총사를 본 것 같은데,

(아마도 일본 만화일 가능성이 높겠지만서도) 우리나라 역사 속 인물을 그렇게 동물로 그리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귀엽네, 저렇게도 그릴 수 있네, 이렇게 유쾌하게 받아들일까, 후손들이 가처분 소송 낼까.

 

실비의 딸 마리에게 청혼했지만 거절당하자 깨끗하게 친구로 남은 로죙. 목숨과 명예를 걸고 마리의 일생을 구해준 사람. 이걸 묵인한 토네 샤렁트(몽테스팡 후작부인)는 뭐 그 다음 정도. 왜냐면 이 여자는 루이 14세의 총애가 시작될 무렵에 왕에게 추방령을 받은 실비를 끊었던 적이 있으니까.

 

투르크 정부 총리대신인 파질 아메드 파샤. 젊은데도 능숙한 권력자. '가능한 선에서' 우정을 나눈 사람을 돕는 사람.

적국 프랑스가 처리를 도와달라 은밀히 요청한 사람이었는데도. 파샤의 부탁을 받고 동참한 선장 스타브로스 역시.

 

끝까지 주인을 위해 정말 모든 걸 바친 고용인들도 완전 감동인데 역시 조연이라서 비중 적게 다루고ㅠㅠ

빌렌 가문에서 실비와 함께 유일하게 살아남은 기억력 끝내주는 쟈넷, 라그넬 기사의 시종 코렁탱, 프랑수아의 시종 피에르 드 겅스빌(아라미스 생각나게 하는!)이랑 별 등장 없다가 조용히 수도원으로 가버린 브리예(그래도 이 경우엔 브리예의 봉사를 받던 프랑수아가 수도사가 되는 예식에도 가고 그 수도원에도 거액을 희사했다고 나와서 다행이다), 퐁솜 가의 콩플랑 저택의 집사 부부 제롬과 마튀린, 퐁솜 가 마부 그레구아르. 실비의 은혜를 갚겠다고 라그넬 가에 들어온 피에로. 심지어 쟈넷과 코렁탱은 결혼도 하는데, 딱 맞진 않지만 자꾸 향단이랑 방자 생각이 난다.ㅎㅎ

 

친구를 음모에 끌어들이긴 했지만 끝까지 지켜주기도 한 마리 드 오트포르, 알뤼엥 공작 숌베르크 장군 부인.

영원히 헤어지는 순간에도 친구를 즐겁게 보내준 좋은 사람.

실비가 마지막 비밀에 이 사람과 함께 하지 않은 건 조금 이기적인 거다.

어차피 마리는 그 비밀의 시작을 만든 사람인데다, 숌베르크가 죽은 뒤론 다른 낙이 없는 사람인데.

 

아무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금방 잊겠지만 courage쿠라주 대장의 사랑도 장난 아닌데.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집안과 명예를 다 버리고 부랑자가 된 걸로도 모자라서

친구에게 가다가 악한한테 죽은 이 여자의 복수를 완성하고 따라가버리는 사람.ㅠㅠㅠㅠㅠㅠ

라 페르 백작 아토스 생각나는 사람.

그런데 이런 사람의 마지막을 달랑 몇 줄로 묘사하다니. 그것도 누가 전해주는 말 형식으로..ㅡ_ㅜ

2권 256쪽에서 코렁탱이  대장의 진짜 이름을 말해버렸다고 해서 뭐가 달라졌을라고.

작가가 정하기 귀찮았던 거겠지. 어헝....

 

 

팩션의 문제는 늘 등장인물이 너무 많고 이름이 혼동되며 유럽 역사는 너무 복잡하다는 거다.

ㅋㅋㅋㅋㅋ 특히 유럽 애들은 이름 앞에 뭔 사설이 그렇게 긴지, 프랑수아만 해도 이름 앞에 몇 줄이 붙는데,

본문에서도 이렇게 불렀다가 저렇게 불렀다가 하기 때문에 역시 하루 몰아서 읽는 게 낫다.

그래서 이번엔 밤새 꼬박 12시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책 읽은 건 또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난다.

이렇게 공부를 해야할 텐데. ㅡ,.ㅡ

 

처음 읽었을 때랑 지금 달라진 건, '레알의 왕'에서 시민이라는 뜻이라는데도 자꾸 레알 돋네 뭐 이런 게 연상되는 거랑--; 가면 쓴 죄수의 이름을 말해서는 안된다는 데서 이젠 볼드모트가 바로 생각난다는 거. 

 

 

실비도 은근 민폐형 여자주인공 캐릭터다.ㅋ '아름다운 실비에게 반한' 남자들이 늘 목숨바쳐 돕고, 근데 그러다 다치니.

그렇게 혼나고도 또 혼자 다닐 거라고 고집 피워서 끝까지 사고에 휘말리는데, 또 우연히 운 좋게 그 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극적으로 구해주니까 이게 민폐지 뭐야. 어째 나이를 먹어도 배우는 게 없냐구.ㅋ 이러니 같은 안 도트리슈의 시녀던 바지니에르 부인(셰므로)이 3권 내내 괴롭히는 거 아닐까. 10%쯤은 이해가 간다.

어이없는 게, 1622년 태어나고 1626년 쟈넷을 뺀 온 식구가 몰살된 걸 1637년 12월에 알게되고서도 "오, 이제 생각나요." 이 정도로 한 쪽도 안되게 끝내는 거다. 부족한 것 없이 너무 곱게 자랐기 때문에 친 엄마랑 언니 오빠랑 성의 다른 식구들이 그렇게 처참하게 살해됐다는 게 그리 마음 아프지 않았던 걸까. 아무리 내용 전개상 필요없는 부분이라해도 실비가 마음 아파하는 장면이 정말 단 한 번도 안나온다. 끝까지 자기를 보호하다 죽은 유모같은 건 '주변 배려에 따라' 기억 덮고, 그 날 만난 프랑수아만 기억하는 자유로운 기억. 허허허. 짧게라도 '영지에 머물던 실비는 틈날 때마다 참혹하게 죽어간 식구들을 위해 기도했다' 이런 거 넣어주면 안돼?.. 3권 279쪽에는 실비가 "그 불행이 내게 닥쳐왔을 때 난 네 살이었으니……."라고 하니까 쟈넷이 이렇게 말하는 거 나온다. "그렇게 마음에 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마님은 불행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행복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아니 뭐 나도 제일 어렸을 때 기억은 4살 때 이사하던 날이면서 그 뒤인 유치원이나 학교 때 기억이 별로 안 나긴 하지만 이건 아니야..... 이 여자는 4살에 만난 10살 남자를 평생 사랑했는데 이 여자 딸은 심지어 2살에 만난 그 남자를 사랑한대잖아. @_@

 

한 번으로 임신이 잘 되는 것도 참... 한 번은 저주였지만 한 번은 축복으로 마무리돼서 다행이지만;

이런 실비가 있는데, 불임인 마리도 있으니. 현실도 책 속 세상도 공평친 않다.

 

"잘 보살폈거든요. 그건 아마도 차마 나 자신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언젠가 당신에게 주기를 늘 바랐기 때문일 거예요." 이건 실비가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난 왠지 웃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내숭의 절정.

내생에선 과연 누구랑 함께 하는 걸까.

죽으면서도 "내 사랑…… 난 다른 세상에서…… 당신을 사랑하겠소!" 약속한 쟝일까,

'그 너머'를 서약한 프랑수아일까. 쟝이길 바라는데.

안 그러면 쟝을 사랑했다는 - 최소한, 쟝'도' 사랑했다는- 실비 말은 믿을 수가 없게 되니까.

 

 

 

 "시간은 훼손된 우정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답니다, 장군님. 반면에 추방자나 죄소, 아니면 당신이 뭐라고 부르든 푸케 씨는 여전히 제게 소중한 친구지요." - 3권 300쪽. 실비가 그라몽 장군에게.

 

 "남자로서의 범죄를 저지른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오 ……." - 3권 310쪽. 루이 14세가 실비에게. 매우 찬성한다. 성범죄자에게 소년법 적용은 옳지 않다. 요즘처럼 아이들이 조숙한데 소년법 자체가 전면 개정이 필요한 거라구. 내가 청소년일 때도 그랬지만, 요즘 애들은 더더욱 자기가 뭔 짓을 하는 건지 잘 안단 말이다.

 

 

- 1권 307쪽 4번째 단락에 나오는 능지처참이 혼동된다. 국사를 전공하던지 해야지 원.

어느 책에서는 이게 팔다리(+때론 머리)에 4마리 말이나 소를 대어 달리게 해서 찢어죽이는 거열 형과 다른 거라면서

이건 살을 포를 떠서 죽이는 형벌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또 다른 책에서는 능지처참이 죄인을 죽여서 사지를 베어 전국에 보내는 형벌이라고 한 항목이 나오고, 다음 항목에서는 포 떠서 죽이는 거라고 나온다. 더 알 수 없는 건 한문도 똑같으면서 항목이 2개라는 거; 뭐지 뭐지....;

어느 편이건 정말이지 이건 중세 마녀사냥 때 '물에 던져 넣어서 뜨면 유죄, 가라앉으면 무죄'로 정했단 거랑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잔혹하다. 혹시 싶어서 적는 거지만 유죄판결받으면 화형이니까, 결국 어쨌든 걸려들면 죽어야하는 거였다. 재산이 탐난 누군가의 음모라면 최고의 방법이었겠다. 저렇게 죽으면 후계자도 인정받을 수 없었을 거니까;

 

- 그리고 왜 루이 14세는 보포르 공작 프랑수아 더러 6촌이라고 하는 걸까. 내가 멍청한 건가.. 루이 14세의 아버지인 루이 13세는 프랑수아 아버지인 세자르 드 방돔과는 배 다른 형제인데, 그러면 여기는 4촌인데..; 3권 188쪽 위에서 4줄이랑 215쪽 위에서 10줄, 305쪽 밑에서 2줄. 327쪽에는 루이 13세의 동생 가스통 도를레앙 공작의 딸 마드무아젤까지 프랑수아를 6촌이라고 하고, 419쪽에선 실비의 아들 필립이 터키 대신에게 프랑수아를 왕의 6촌이라고 한다. 3권 295쪽에는 세자르가 죽자 루이 14세가 숙부의 죽음에 진정 슬퍼했다고도 나오는구만. 숙부 아들이 6촌이라면 그거슨 새로운 논리인데 그럼 서출은 +2촌해주는 방식인가, 아니면 왕족만의 계산법인가.ㅋ

 

- 실비가 딸과 의절한 후 사경을 헤매다 마드무아젤의 의사(인지 주술사인지) 덕분에 나은 다음에 나오는 이 문장이 이 책에서 제일 웃기는 부분, '그러자 인생을 겁없이 사는 그녀의 친구들이 서둘러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왕의 4촌이니까 겁을 상실한 마드무아젤, 왕의 공식 정부(?)인데다 실비의 딸과 친구라 겁을 상실한 몽테스팡 부인, 궁정에서 같이 일하던 나바이유 부인과 모트빌 부인, 원래 겁없는 달타냥.ㅋㅋㅋㅋㅋㅋㅋㅋ


 

 

 

1권,

  131쪽 위에서  8줄, '그래도 자신이 돌보는 실비가 … 보이고 싶어했다' → '실비를'

  181쪽 밑에서 12줄, '그래봐야 나한테 덕 될 게 하나도 없어!' → '득'

246쪽 위에서  7줄, '그는 그애인이 아닌 다른 여인을' → '그는 그 애인이 아닌'

           (프랑수아가 연인이라고 소문난 몽바종 부인의 명예를 위해 결투했다는 소식을 들은 실비가 생각하는 부분이니까.)

332쪽 위에서 14줄, '비밀에 부치시는 걸' → '붙이시는'

 

2권,

 102쪽 위에서  5줄, '프랑스가 합스부르크 왕가나 에스파냐, 혹은 오스트리아와의 동맹에 반대해왔던 늙은 동료의'

                          → '프랑스의 …', 아니면 '… 오스트리아와 동맹을 맺는 것에 반대해왔던'

           (리슐리외 추기경이 30년 전쟁의 모든 작전을 세우고 저 나라들과 동맹맺는 걸 반대했다고 나옴.)

 139쪽 밑에서  4줄, '사려됩니다만!' → '생각합니다만' (사려는 명사로 자주 쓰이는 편이고, 사료는 일본말)

 153쪽 위에서  9줄, '하지만 이런 커다란 경사사 있는데도' → '경사가'

272쪽 위에서  6줄, '당신이 무사하기를 바래요.' → '라'

338쪽 밑에서  8줄, '폐하께서 어디 편찮으시기라고 한 건가요' → '도'

340쪽 위에서  2줄, '추기경의 궁이 가가운 곳에 있다는 이유로' → '가까운'

343쪽 밑에서 12줄, '그녀가 새 신부가 되어 퐁솜 저택에 들어가서' → '새신부'? '신부'나 '새 각시'.

          (근데 각시는 좀 안 어울리는 건가?ㅋ 일본에서 요즘 번진다는 이혼식에 가면, 구舊랑, 구부라고 부른다던데.)

392쪽 위에서  7줄, '레그 백작님께서 한 시간 전에 콩데 왕자님 대신 생 모르 들러 직접 가져오신' → '생 모르에'

431쪽 밑에서  10줄, '절대 끼여들어선 안 됩니다!'→ '끼어'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자면.)

 

3권,

    11쪽 위에서  2줄, '가스통 도를레앙 공작을 딸을 일컫는 호칭' → '공작의 딸을'

  61쪽 위에서  12줄, '내일 모래예요' → 내일 다음 날은 '모레'

 107쪽 위에서   1줄, '그애를 지나번 보니' → '지난'

 165쪽 위에서  9줄, '실비 드 퐁솜를 찾아갔다' → '을'

 176쪽 밑에서  5줄, 실비도 기꺼이 동반해 주고 싶었지만' → '실비와'. 그리고 이 문장은 윗 문단에 연결되는 게 낫겠다. 내용상 실비가 곤경에 처한 푸케를 위해 가려고 휴가를 내러온 것을 나바이유 부인이 공감하고 이해하는 부분이라서.

269쪽 위에서 13줄, '피스타치오 열매가 곁들인 근사한 오리 파테' → '열매를'

426쪽 밑에서 13줄, '혹시 우리의 그 승객을 내리지 않고'

           : 주어가 '바이영트 호인데 생략됐다면 이게 맞지만 승객이 주어라면 조사는 '이'.

             그런데 정황상 그 승객은 강제로 끌려가는 거니까 '을'이 맞는 듯도 하고.

430쪽 위에서 12줄, '코렁탱은 계속해서 퐁솜를 지켜야' → '을'

461쪽  위에서 14줄, '버킹엄 공작의 시선이 지난 가을에 왕제와 결혼한 저속하고 보잘 것 없으며 몸매가 풍만한 독일 왕녀에게 쏠리면서 보여지던 분노도 있었다.' → '보이던'

           (공작이 치커리 물 먹고 급사한 전 왕제비 헨리엣(영국 공주) 생각하면서 화 난 거니까. 직역 문장이라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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