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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쇄 2010.03.23. 한겨레출판(주) www.hanibook.co.kr book@hanibook.co.kr
범상치 않은 작가 사진.
게다가 소개에 '커닝을 해 대학에 붙긴 했지만'은 정말ㅋㅋㅋㅋㅋㅋ
1982년 한국 프로 야구 원년부터 시작해서 20년 쯤,
인천을 연고지로 한 야구팀 슈퍼스타즈를 사랑했던 한 소년(혹은 두 소년),
남다른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
앞쪽에서 당시 시대상 알려줄 때 '장하다', '보아라' 같은 추임새 붙여서 매우 정겨웠고,
문장이 가볍고 간결하고, 줄바꿈이 독특하다.
처음엔 잘못 인쇄한 건줄 알았는데, 자꾸 뜬금없이 줄이 바뀌는 걸 보면서 늦게야 아 일부러 그런 거구나 싶었다.
소설가 황석영님의 심사평처럼 '단숨에 읽어치우게 되는' 건 아니었지만 귀엽고 재미있었다.
중학교 입학할 때 교복 감을 '엘리트'로 골라주시면서 '얘가 알파벳을 다 외운다'고 자랑하시는 주인공 아버지를 보면서왜 우리집 어른들은 4살에 한글 떼고 6살에 구구단 반나절만에 알파벳이랑 같이 외운 나는
어디 가서 자랑해주지 않으셨을까 억울했다.ㅋㅋㅋㅋㅋㅋ
하긴 어른들이 팽개쳐두니 내가 하도 심심해서 책받침 뒷면 보다가 외운 거니까 자랑할 거리가 아니었을 수도.ㅋㅋㅋ
뭐 애 많아서 귀찮다고 글자 읽으니까 유치원 보내버려주셨으니.ㅋㅋㅋㅋㅋㅋㅋ
(유치원 졸업하면서 송사를 내가 읽었다. 6세반 애들 중에 글 읽는 애가 없다는 이유로 졸업생한테 송사 시키는 유치원;)
암튼.
주인공 아버지를 괴롭히는 동기 출신 '조부장'을 보며 불가리 블루가 떠올라서 속이 메슥거렸고,
97년, 98년 즈음 영문도 모른 채 얼결에 '잘려서' 헤매던 어른들 생각나니 남 일같지 않았고,
그랬다.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우리의 삶도 너무나 아름다운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인생의 숙제는 따로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 숙제가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고, 남아 있는 내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공을 치고 던질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고, 어떤 야구를 할 것인가와도 같은 문제였다.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하고, 필요 이상으로 크고, 필요 이상으로 빠르고, 필요 이상으로 모으고, 필요 이상으로 몰려 있는 세계에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진짜 인생은 삼천포에 있다.
- 278~279쪽. '그저 달리기만 하기에는' 바다가 너무 아름답다던 사람들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장면인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