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공지영 지음, 창비.
친구랑 작가분들 이야기 하다가 문득 기억났다.
나도 도가니 봤었지.. 답답했지...
우행시 이후로 꺼리게 된 공지영님 책을 또 잡게 될 줄 몰랐다.
친구가 집을 비우는 동안 개 보러-_- 갔는데
평소에 책 많이 보는 애라 빈 손으로 갔건만
읽을 책이 이것밖에 없어서.ㅋ
반만 읽고 자고, 다음날 끝내려고 한 건데,
새벽까지 다 읽고 울다가 잤다. ㄱ-
아무래도 다루는 내용이 이래서...
흡입력이 굉장하다.
세 시간쯤 걸려서 읽은 것 같다.
감동적이거나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싶은 글귀는 전혀 없고
아 세상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일들이 가득하다.
실화에 살을 붙인 소설인데,
출간 후에 최종 판결인가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기사가 떴는데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도, 그리고 인터넷 기사보면 꼬릿말들도 그렇고,
'남의 인권을 무시한 그 순간부터 그들은 자기 인권도 버린 것'이라고,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 기준을 강화'하자고 그렇게들 말하는데
왜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을까.
나쁜 짓은 절대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특히 성 관련된 나쁜 짓은 더욱.
주운 지갑 돌려주지 않고 쓰다가, 작은 것 훔치다가, 보석도 훔치고,
더 큰 것도 훔치고, 사람도 상하게 하게 되지.
멀리서 훔쳐보다가, 몰래 들어가서 보다가,
마음대로 만지다가, 성폭행이 되고, 살인이 되고, 사체 훼손으로 가지.
(단 한 명의 예외는 있을 지도 모르지만)
왜 자선 '사업가'인지를
겪어보고 깨닫게 된 후에 읽은 이 책은
참 슬펐다. 크루시오, 섹튬 셈프라, 아바다 케다브라.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 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이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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