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언니랑 급데이트 나가서 본 영화.
조금 보고 싶다가, 또 너무 뻔한가 해서 안 볼 것 같았는데
딱 이게 누가 같이 보자고 하면 보고 아니면 안 볼 정도였다.
근데 언니가 찜하셔서 신촌에서 보고 곰국 먹었다.
수단 내전으로 마을이 다 부서지고 다 죽고
애들끼리 사막을 건너서 케냐로 도망친다.
마을사람들이 다 죽었다는 걸 알고
"이제 형이 추장이야" "이제 테오 오빠가 추장이야"라고 말하던 애들 얼굴이 기억난다.
그리고 동생 마메르를 감싸고 희생하던 테오도.
주인공들 대사가 참 좋은 말이 많았는데
마음에 콕 와닿는 말도 여러 번 봤는데 한 달도 안 돼서 많이도 잊어버렸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내 양심이(혹은 마음이? 잘 못 들음..) 하지 말라는 거 못하겠다" (하고 예레미야는 가게 그만 둠)
이런 거랑
순진하고 착하고 예의발라서 웃긴 말도 많았다.
(캐리에게) 너무 다정하셔서 심장이 떨린다,
(면접보러 보내면 좀 웃으라고 조언하니까) 진심이 아닌 미소는 가식이 아니냐
캐리 집이 너무 지저분하니까 마메르가 이래서 남편이 없으시냐고 했던가 남편이 없어서 이러시냐고 했던가 뭐 이런 거ㅋㅋㅋ
궁금한 건 정말 여자는 입양이 안되면 머무를 수 없는가 하는 점.
(이것 때문에 여동생은 얘네 셋이랑 따로 다른 주에 갔다..)
이 앞에 와일드를 봤는데,
와일드에서 횡단을 마친 리즈 위더스푼이
직업상담사(소개사) 캐리가 되어서 겪는 일인가 싶은 느낌이다.
캐리 상사로 Corey Stoll이 나온다.
근데 이상한 게
수단도 케냐도 잘은 모르지만 지금 전화 안 쓰는 나라는 없을 것 같은데
최소한 난민촌에도 전화있고 그랬을텐데
이들이 미국에 온 처음 며칠 전화도 모르고 그렇다고 묘사해서 이상했다.
웬만한 건 다 알텐데 지금이 무슨 19세기인가..
이런 남을 까내리면서 우월하다 느끼는 점이 뻔히 보여서 영화 안 보려고 했던 거였다.
물론 감독 Philippe Falardeau의 전작인 [라자르 선생님]을 생각하면 끌리긴 했다.
이 감독이 정치랑 국제관계 공부했다고 나오는데 그게 이 두 영화 소재랑 연결되는 것 같다.
암튼.
일을 하게 해줘서 고마워서 오렌지를 사서 집까지 찾아온 마메르에게
전화도 안하고 대뜸 찾아오면 어쩌냐고
왜 멋대로 들어와서 남의 집에 있냐고 (마메르는 캐리 집 치우고 있었음..)
몰아붙이고 거의 한 5분만에 쫓아내는데
나중에 얘들이 전화안받고 추운 옥상에서 담요 뒤집어쓰고 별 보고 있는데
얘네 직장에서 연락받은 캐리가 집에 불쑥 찾아와서 여기서 뭐하냐, 그러는데
전화 왜 안 하고 오셨냐고 말하는 거 통쾌했다.ㅋㅋㅋㅋㅋ
이 영화의 단점은
1. 너무 까내리는 저런 묘사(전화가 뭔가요 맥도날드가 뭔가요 오 신세계)랑
2. 내용 전개 중에 설득력이 없는 부분
첨에 캐리가 공항으로 애들을 데리러 갈 건 아닌데 다른 사람 부탁으로 가게 되는 건데
그 과정도 그렇고,
캐리랑 그 상사라는 사람이
초반엔 공사구분 딱딱해서 냉정하고 쌀쌀맞아보이기도 하더니
정말 어느 순간 급히 반전돼서, 여동생 같이 살게 해주려고 관공서 찾아가서 화내고 막 그러는 거
무슨 계기로 어떻게 변해가는가는 전혀 보여주거나 언급하지 않는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영화가 다 보여주는 것만이 다는 아니니까 싶다가도
너무 설득력 없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미국오자마자 수도 용품 척척 조립하는 신의 손을 보여주던 폴이 문제를 일으키는데
그것도 전개는 쭉 보여주다가 마무리는 급 정신차린 걸로 되고.
결말은 이미 인터넷에 공개는 되어있던데(배급사?에서 내놓음)
그래도 상자안에 넣음.
여동생을 같이 살게 해주고 싶어서 캐리가 입양을 하고,
여동생에게 테오가 보낸 편지가 오고,
이걸 캐리랑 상사가 이민국사람까지 동원해서 도와줘서
마메르가 케냐로 가서 난민촌에서 테오를 찾지만 너무 어려워서 포기할 차,
안경낀 난민촌 친구가 테오를 찾아다 마메르에게데려와주고
손바닥에 손바닥을 올리면서 조상님들 이름 외우는 걸로 테오를 알아본다.
마메르는 이제 테오랑 미국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지만 실패.
(당시 테러 때문에 얘네가 거의 마지막 난민이었다고 나온다. 그래서 난민촌의 그 안경낀 밝고 명랑하지만 사연때문에 슬퍼보이는 그 친구도 내내 케냐에ㅠㅠ)
테오 형에겐 말하지 않고 비자 됐다고 하면서 공항에 가서
입국장 바로 앞에서 옷을 바꿔입고 이제부터 이름 마메르라고 하고 살라고 하고 보낸다.
그리고 마메르는 난민촌으로 돌아가 의료봉사를 하면서 살고...
다음 장면은 테오가 미국에 도착하니까 다들 껴안고 좋아하는 장면.
근데 여기도 의아한 게, 누가 테오 어딨냐 물어볼만한 길이로 나오는 장면인데
그저 다들 날뛰면서 좋아만 함...ㅠ
케냐에서 마메르가 캐리에게 전화해서 이래저래돼서 형 보낸다고 미리 말해서
미리 다들 슬퍼해서 그렇다고 보이게도 참...
그래서 마메르가 테오에게 비자 구했다 같이 갈 수 있다고 한 저게 beautiful lie.
내내 참 좋았던 것이
주인공 형제들이 늘 영어를 아주 예의바르게 쓴다는 거.
정말 진지하고 예의바르게 생각하고 말해서 참 보기 좋았다.
뭐 말만 하면 may i, would you, ㅋㅋㅋ
그리고 또 반전 아닌 반전은 주인공들은 실제 난민 출신이라는 점.
끝나고 자막으로 이름이랑 소개 나왔다.
예레미야 외모 완전 멋있던데 다른 영화에서 엄청 멋진 역할 하는 거 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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