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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hkwu 2008. 11. 10. 16:45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원제 (The) five people you meet in heaven,
Mitch Albom 作, 공경희 譯, 세종서적, 2005.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미치 앨봄의 전작.

작가가 뜨는 바람에 93년 출간된 <에디의 천국>을 제목을 고쳐서 다시 낸 책ㅋ

 

83세, 놀이동산 루비가든의 정비공,

아이들에게 철사로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에디 아저씨,

'프레디 낙하'에서 일어난 사고에서 어린 소녀를 구하려다 죽은 그가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만나며 깨닫게 되는 삶의 숨겨진 의미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성찰.

 

작가의 분명한 색이 드러난다.

마음 따뜻한 박애주의자 + 천천히 오는 느낌.

동화같고, 우화같은 이야기.

 

흔히 생각하는 천국의 모습과 다른 묘사도 신선했고,

풀어놓은 이야기도 좋았고,

바탕에 깔린 '인연'과 '관계'에 대한 생각도 나랑 맞아서 좋았다.

그 사람에겐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사정이 있는 거다.

 (『미쓰 홍당무』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들던 장면에서도 그랬지. 사정이 있다고.)

 

추천! 공경희 씨 참 좋다~☆

천국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은, 꼭 다섯 사람이어야만 하는 건 아니겠지?

 

 

 


 

인연의 장 - 첫 번째 사람, 파란 사내와의 만남에서,

 

["사람들은 천국을 파라다이스 동산처럼 생각하지요. 구름을 타고 둥둥 떠다니고 강과 산에서 게으름을 부릴 수 있는 곳으로요. 하지만 어떤 위안도 줄 수 없는 풍경은 무의미하지요. 이것이 신이 당신에게 줄수 있는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인생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해하는 것 말입니다. 그 연유를 설명해주는것 그것이 당신이 찾았던 평안이니까요."]

 

["우연한 행위란 없다는 것.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놓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과 다른 사람의 인생을 떼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에디는 고개를 저으며 대꾸했다.
 "우린 공을 던지고 있었소.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길에 뛰어들었고 그 때문에 당신은 죽었소. 왜 당신이 죽어야 했단 말이오? 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파란 사내는 손을 내밀며 말했다.
 "삶과 죽음에는 공평함이 없어요. 있다면 착한 사람이 젊어서 죽는 일은 없겠지요."] - 63쪽.


[세상에는 남이란 존재하지 않아요. 타인이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일 뿐이에요.] -66쪽.

 

["잠깐만, 한 가지만 말해주시오. 내가 루비 가든에서 그 여자애를 구했소? 내가 아이를 구했소?"

 파란 사내는 대답하지 않았고 에디는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다면 내 죽음은 낭비되었군요. 내 인생살이처럼."

 파란 사내가 말했다.

 "낭비된 인생이란 없어요. 우리가 낭비하는 시간이란 외롭다고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뿐이지요."  - 66쪽.

 

 


 

희생의 장 - 두 번째 사람, 중대장과의 만남에서,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 비슷할 거야. 이곳 천국은 아마도 아담이 지상에서 맞은 첫 밤과 비슷할 걸? 그가 자려고 누웠을 때 말이지. 아담은 모든 게 끝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잠이 뭔지 몰랐으니까. 눈을 감고서 이 세상을 떠난다고 생각했겠지? 한데 그게 아니었어. 다음날 깨보니 새로운 세상이 있었던 거야. 그에겐 다른 게 생긴 거지. 그는 '어제'를 갖게 된 걸세."

 대위는 이렇게 말하며 덧붙였다.
 "내 생각에는 우리가 여기서 알게 되는 게 바로 그런 거라네. 천국은 바로 그런 곳이지. 자기의 어제들을 이해하게 되는 곳이라네."] - 116쪽.


["희생. 자네는 희생했고 나 역시 희생했어. 우리 모두 희생을 한다네. 하지만 자네는 희생을 하고 나서 분노했지. 잃은 것에 대해서만 계속 생각했어. 하지만 자네가 모른 게 있지. 희생이야말로 삶의 일부라는 점. 희생은 후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간절히 원할 만한 거라는 점. 작은 희생도 있고 큰 희생도 있네. 어떤 어머니는 아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일을 하지. 또 어떤 딸은 병든 아버지를 보살피고, 사내들은 조국을 위해 전쟁에 나가기도 하고..."
 "하지만 대위님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바로 그거야. 우리에게 소중한 걸 희생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걸 잃는 건 아니라는 말이네.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걸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지."] - 118쪽.

 

 


 

용서의 장 - 세 번째 사람, 루비가든의 전 안주인 루비 부인과의 만남에서,

 

[부모는 누구나 자식에게 상처를 준다. 어쩔 수가 없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깨끗한 유리처럼, 보살피는 사람의 손자국을 흡수하기 마련이다. 어떤 부모는 유년기의 유리에 손자국을 내고, 어떤 부모는 금가게 한다. 어린 시절, 에디는 두들겨 맞고 매질당하며 보냈다. 그것이 두 번째 상처였다. 폭력의 상처. 폭력에 어찌나 익숙해졌던지 아버지의 발소리만 들어도 오늘은 얼마나 심하게 맞을지 짐작할 정도였다.
 이 모든 것을 겪으면서도 에디는 마음 속으로 아버지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아무리 상처를 입혀도 아들은 아버지를 좋아하는 법이니까. 아들들은 그렇게 마음 바치는 것을 배운다. 신이나 여자에게 마음을 바치기 전에.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설명이 불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 그러다 나이가 들면 자식이 부모를 놓아버린다. 예전에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으로 그들의 존재가 확인됐지만, 이제는 스스로 이루어간다. 자식은 나중에 피부가 늘어지고 심장이 약해진 후에야 이해하게 된다. 그들이 살아온 내력이, 이룬 일이 부모의 사연 위에 쌓이는 것임을. 돌을 쌓듯 차곡차곡...] - 134쪽.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은 독이에요. 그것은 안에서 당신을 잡아먹지요. 흔히 분노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기처럼 생각되지만 그것은 굽은 칼날과 같아요. 그 칼을 휘두르면 우리 자신이 다쳐요. 에디, 이제 그만, 용서하도록 해요."] - 176쪽.

 

 


 

사랑의 장 - 네 번째 사람, 아내 마거릿과의 만남에서,

 

 ["나는 당신이 죽고 모든 걸 잃었지. 내가 사랑한 유일한 여인을 잃은 거야. 사랑을..."
 "아뇨, 당신은 사랑을 잃은 게 아니었어요. 어쨌든 그 후로도 당신은 내내 사랑했어요. 단지 다른 형태를 취했을 뿐이죠. 머리를 만질 수도, 함께 춤을 출 수도 없지만 그런 감각이 희미해지는 대신 추억이 남았죠. 당신이 그것을 품었기 때문에, 생명은 끝났어도 사랑은 끝나지 않았던 거에요." -216쪽.

 

 


 

화해의 장 - 다섯 번째 사람, 필리핀 소녀 탈라와의 만남에서,

 

["나도 이렇게 아저씨를 용서하는데, 아저씨도 이제는 자신의 삶을 용서하도록 해요."]

 

["아저씨는 꼭 있어야 할 사람이었어요. 아이들 때문에. 아저씨가 아이들을 보살펴주니까요. 그리고 나한테도 잘해주니까요. 거기가 아저씨가 있어야 할 데였어요."] - 2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