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보다가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hkwu 2010. 12. 5. 19:19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2010)

The Secret in Their Eyes 
8.9
감독
후안 호세 캄파넬라
출연
리카르도 다린, 솔레다드 빌라밀, 파블로 라고, 길레르모 프란첼라, 하비에르 고디노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아르헨티나, 스페인 | 129 분 | 2010-11-11
글쓴이 평점  

 

끌린 건

저 메인 포스터에서 여자 옆모습이 은근 (나만 그런가;ㅋ) 오드리 또뚜를 생각나게 해서

(근데 포스터 자체는 마음에 안 든다. 진지한 내용이어도 저렇게 팔아야 더 팔릴 테니 할 수 없겠지만..

 [작은 나무의 교육] 보다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더 잘 팔리는 거니까;)

+ 그냥 딱 보면 진지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 제2외국어 영화. 이런 거 때문에.

두 장면만 토나왔고...-_- 나머지는 좋았다.

휴. 한 장면은 정말 삭제 원츄.. 내 눈이 나빠서 다행이라니까. 충격이야.ㅠㅠㅠ 엄마...

 

 

개봉 기다리며 한동안 바삐 지내서 까먹어버렸다가

금욜 밤에 우연히 한량님 블로그에 갔다가 알아버렸다. 간판 내릴 때 임박.ㅋㅋㅋㅋㅋㅋ 이번 주말에 봐야함.

원래도 상영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얼추 돌아오는 수요일 정도 지나면 거의 내릴 것 같다.

후닥닥 미내 섭외하고 이동.ㅋㅋㅋㅋㅋ

[노라없는 5일]은 무섭진 않을 것 같았는데, 이건 무서울 것 같아서 혼자 볼 수 없었음...-_-

뭐 같이 본다고 얘가 딱히 뭘 해주는 건 아니지만,

아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게 그나마 낫다고. 양파 팝콘도 사주고.ㅋㅋㅋㅋ

양파 팝콘은 궁금해서 먹어봤는데 괜찮았다. 다만 그 양파맛은 다 스프겠지. 허허.

 

 

도입부분이 참 좋았다.

초저속 카메라로 찍은 것 같이 딱 딱 끊기면서, 흐릿한 화면.

평범하게 찍었다면 그냥 진부하기만 했을 '기차를 타고 떠나는 연인과 남겨져 기차를 쫓는 연인'이었을텐데.

이 장면이 나중에 끝에서 다시 또렷하게 반복되긴 하지만.ㅎ

 

부인 릴리아나가 처참하게 살해되면서 삶을 멈춰버린 남편 리카르도, (근데 부인 23세...아 옛날이구나 싶음;)

강력사건을 맡게 돼서 불만이다가 막상 사건을 맡고 보니 정말이지 잡아넣고 싶어서 이 한 몸 불사르는

'고졸 출신에 늙은 법원 직원 나부랭이일 뿐인' 벤자민 에스포지토,

알콜 중독에 깊이 없는 행동 일쑤인 민폐 캐릭터지만

범인잡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읽어내고 동료를 지켜주는 파블로 산도발,

적당히 외국인 몇 명 잡아넣어서 범인으로 만들고

어렵게 잡은 진범 고메즈는 협력을 대가로 풀어주고 총까지 손에 쥐어주는 썩은 경찰,

'하버드 졸업한 검사보에다 부유한 집안 출신' 이레네.

 

 

젊은 시절 리카르도가 에스포지토에게 하는 말이나

     '강간하고 때려서 죽일 것도 아니면서, 주사로 편하게 죽여주는 사형 따위 무슨 의미가 있냐'

     '잊어간다는 게 제일 끔찍하다'

나이 먹어 재회한 에스포지토에게 하는 말이나

     '기억에 갇히게 되니까 좋은 기억을 골라라.'

산도발이 진지하게 여러 번 강조하는

     '남자는 바꿀 수 없는 게 있다. 그건 열정이다.',

그리고 어떤 놈의 '제발 말 좀 하라고 전해달라' (← 난 니가 그때까지 말 하는 법을 안 까먹은 게 신기하다-_-)

이런 저런 대사들이 하나 하나 마음에 남아서 울다가

 

또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웃다가;ㅋ

가택 침입에 절도까지 하는 과잉 수사로 검사가 에스포지토랑 혼낼 때랑,

법원 직원인 에스포지토보다 나이는 많지만 살짝 부하인 파블로 산도발이 늘 전화받으면서

'혈액원이다' '정자은행이다. 대출할 거냐 넣을 거냐' 이럴 때랑,

에스포지토가 고메즈 엄마 집에 몰래 들어가서 증거 찾을 테니 도와달라고 산도발 데리고 갔더니

밖에서 감시하랬는데 안으로 들어오질 않나

고메즈 엄마 따라 식료품점 가서 술 사서 병나발 불며 나왔다질 않나ㅋㅋㅋㅋㅋ

 

젤 소름끼치는 장면은.. tv에 정치인 선거운동인가 하는 걸 중계해주는데,

분명 잡아처넣은 악마시키가 에바 페론(일 듯; 법원에 있던 국기가 아르헨티나 거였고 머리나 화장 대충 보면) 뒤에서 웃고 있는 거였다.

 

이걸 희생자 남편이 보고 에스포지토에게 알려줘서,

왜 풀어줬냐 따지러 갔던 에스포지토랑 이레네가

소득 없이 돌아가는 길에 엘리베이터 타는 장면은 떨긴 했지만;

설마 진부하게 지금 죽이겠냐 싶어서(고메즈가 권총 장전하니까 더 확신ㅋ) 안심했다.ㅎ

뻔한데도 내가 떨었던 건 순전히 이레네가 정말 잘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 근육도 연기를 한다는 건 고미실과 이레네가 증말 잘 보여준다고.

남편이 기차 옆에서 트렁크 열 때도 좀 진부했고.

 

 

음. 답답한 장면도 꽤 있었다. 얘네 홈즈랑 루팡이랑 수사반장이랑 csi 모르나봐.

몰래 들어가서 뒤져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말이야 자기 차를 타고 가고 쓸데없이 신발끈 매는 척을 왜 하냐고. 으이구.

게다가 에스포지토님아.

사진첩을 보다가 느낌이 온 사람이 있거든 경찰이랑 수사를 했어야지 어찌 희생자 남편한테 먼저 말해줘가지고,

썩은 경찰말고 괜찮은 경찰 아저씨도 있더만 왜.

에스포지토가 지목한 그 악마시키 어딨는지 알아내려고 전화하는 남편 보면서도,

저리 울면서 전화하는데도 답답해서 눈물이 나오지를 않았다.

되지도 않게 무슨 의원 밑에서 일하라고 누가 니네 아들 추천해서 전화한다는 둥,

추천한 건 릴리아나인데 혹시 릴리아나 아냐는 둥, 릴리아나가 의원 밑에서 일한다는 둥. 에이.

죽은 사람 이름을 왜 대냐고. 좀 잘 짜서,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전화를 하던가.

그렇게 하면 잘 숨으라고 아예 알려주는 거지 그게 뭐야. 으이구.

 

 

배우들 분장도 눈에 쏙쏙 들어왔다. 실제 나이가 어떤지 궁금한데. 분장 좋았다.

젊은 시절 에스포지토는 수염땜에 왠지 얼굴이 길쭉해보였는데

나이 든 에스포지토는 얼굴 피부가 얇아져서 버석하게 된 것도 보이고 주름도 완전 현실적이었고.

 (이 아저씬 나이 먹은 모습이 멋있었음♪)

그에 비해 법원에서 doctoro..뭐시기라고 부르던 이레네는 나이 먹은 모습도 얼굴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머리 모양이랑 옷만 우아 중후하게 바뀌었다. 목 주름만 사실적이었음. 풉. 여주는 예뻐야하니까?-_-..

젊은 시절 모습의 주름이나 그런 걸 보면, 두 사람 다 실제론 40대 이상은 될 것 같다.ㅎ

분장으로도 숨길 수 없는 부분이 보였거릉.ㅋㅋㅋ 아무튼 어쨌든 분장 좋았음.ㅎ 이레네 눈 완전 예쁘심. 

(doc...뭐라고 하는 저 말 로마 역사에서 분명 여러 번 들은 라틴어랑 엄청 비슷한데; 기억이 안난다.

 일정 자격 갖추고 법원 들어오면 일하면서 검사되는 것 같음.)

 

 

뻔한 복선이나 진부한 클리셰가 하나도 없는 건 아니지만 깊이있고 진지해서 참 좋다.

다른 사람들이 반전이랄 만한 부분들이 여러 번 있긴 한데,

엄마 말씀대로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의외인 건 없었다. 쟁반 보여주면 다 알려준 거지 뭐.

언젠가부터 뭘 읽고 보면 뒤가 뻔하단 느낌이 늘 드는데,

그래도 보는 건 그걸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인 거지.

에스포지토가 적은 'Te Mo'와 'a가 안 찍히는 고물 타자기'는 영화니까 있는 작위적인 거 아닌가?ㅋ

 

최근 1년쯤 안에 본 영화 중엔 부당거래랑 이 영화 정도빼면 죄다 그냥 그렇거나 별로였는데.ㅎ

한 번 더 볼 시간이 없어서 늠 아쉽다...+_+

 

 

우리나라 살인죄 저질렀을 때 제일 낮은 형량이 2년 6개월에 집유도 된다던가.

정황 참작을 한다고 해도 그렇지. 사람 죽였는데. 참 웃기는 법이다.

함무라비 법에 상황 참작해서 좀 감경가능하게 하는 그런 형사법 아래서 살고 싶다.

조선 시대 그렇게 효를 강조했대도 부모 원수 죽인 자식한테도 벌은 집행했단 말이다.

대신 죽일 때 거열 같은 방법보단 고통을 최대한 줄여줄 수 있게 참수하거나 했을 뿐이지.

대체 누구를 위해서 사형 집행은 중지된 건지 알고 싶다. 이런 게 왜 국민투표 감이 아닌지도 누가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고.ㅠ

그냥 눈가리고 아웅처럼 선고 때리고 집행은 안 하고 있는 건 뭔데.

가해자 인권이나 열나게 비호하고 희생자한테는 관심도 없고 도움도 없는 이상한 사회 진짜;

또 생각나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도가니] 아니었으면 우행시 때문에 공지영 작가 책 다신 안 사보려고 했는데..)

 

 

똑같은 사진을 본 경찰은 알아채지 못했는데, 법원 직원이 '눈'을 보고 진범을 잡았으면

당장 경찰로 만들어야될 일인데, 그러긴 커녕 잡은 놈이랑 협상이나 해서 빼내주고. 진짜 샹 그지같은 것들.

현실적으로 힘드느니 그러지 말고. 특채 응시 정도는 하게 해줄 수 있잖아.

리카르도를 시간에 갇히게 만든 건 국가인데, 대체 국가는 뭘 하라고 있을까.

말을 하지 않는 리카르도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벌을 주고 있는 거다.

 

 

 

징징징...

그래도 집에 가면서 울지 말라고

문이 닫히는 장면으로 끝내준 감독에게 몹시 고마웠다.+_+

두 사람은 이제 늦었지만 '텅빈' 삶을 조금 더 채울 수 있으니까.ㅎ

 

영화 줄거리 안내 같은 걸 보면 '사랑'이 역시 중심이긴 한데

나한텐 '나이 먹어 가는 것'이랑 '삶'이 제일 크게 다가왔다.

내생을 믿지만, 그래도 내가 이 마음에 이 정신에 이 몸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건

지금 딱 한 번뿐이잖아.

그러니까 지금 잘 하라!는 게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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