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보다가

국제시장

hkwu 2014. 12. 18. 21:37

한국 현대사 압축.

6.25 흥남부두에서 시작해서 정전이 되고 독일 가고 베트남 가고..


공부 잘하는 동생 서울대 보내고 식구들 하루벌이 말고 좀 제대로 먹여살리려고..

자기는 학교도 학원도 못 다니고 독일가서 목숨걸고 땅 파내고..

몇 번을 죽을 뻔 하면서 목숨값 벌어서 돈 다 보내놨더니

집 사게 해주고 먹여살렸는데 고마운 줄도 모르고 더 해내라고 하는 거 보고 울화가 났다.

내 식구를 그 먼 데 험한 일 하러 보내놓고는

tv보고 깔깔 웃는 게 이상했다. 난 못 그러겠는데. 이해가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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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서 돌아오니..

여동생이라는 게 (일을 하는지 안하는지 나오지 않지만 분위기상 노는 느낌)

작은 오빠 장가보낼 땐 할만큼 해주고는 자기는 돈 안 줘서 시집 못가고 늙는다고

남편 독일보낸 새언니랑 조카 앞에서,

남편 잃고 자식 잃고 자식 셋 기른 나이든 엄마한테 지랄발광.

돈 필요하면 니가 벌어라 이 되어먹지 못한 가시나야... 아오....


선장 되고 싶다던 주인공이 드디어 해양대 합격했는데

이 썩을 가시나 때문에 엄마 아내 자식 학교 다 놓고 다시 베트남행..

나중에 예식장에서 울면서 오빠야..하는 여동생 정말 가식 덩어리로 보였다.


아내 말대로 니 인생에 왜 니가 없냐고요..


이 역시 뻔하게 흘러가는 영화고

뻔한 데서 눈물나게 하고

뻔한 데서 식구들 생각나게 하는 영화긴 한데

소소하게 웃게 해주는 부분도 있고 오달수님 덕분에 대놓고 웃기도 하고,

깨알같은 등장인물도 재미가 있다. 앙드레 김, 이만기, 남진.

특히 남진이 해병대+_+로 방방 날아다니고 사투리 퐝퐝 쏴줘서

'다된 영화에 아이돌 뿌리기'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


소품이 눈에 잘 들어온 게,

가게에서 파는 각종 수입 식료품 중에 지금도 내가 먹는 거 몇 가지,

이산가족찾기할 때 여자애 머리에 내가 어릴 때 했던 플라스틱 고리 꽂아놓은 거,

지금 주인공네 집에서 동생들, 자식들, 손주들 모여서 노래 시키고 놀고 있는데

혼자 방에 들어와서 아버지 옷 부여잡고 우는 주인공 뒤로

달걀이랑(감자일지도) 고구마가 2개씩 보이는 거 등.


그리고 가장 어색한 건 노인 분장.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이상하다 생각만 했다.

노인 분장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tv에서도 영화에서도 종종 봤는데

이번엔 왜 이리 이상하고 어색하고 그렇지... 자꾸 골룸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내 눈이야 막눈이긴 하지만 영 어색하다. 납득이 안되는 느낌?..

시간이 가면 기술이 발전하는 건데 난 왜 반대로 느낄까.

전에 보던 분장보다 영 어색해보이기만 했다.


난 이 영화 감독한 분이랑 성향 안 맞는데 이건 무난 괜찮았다. 살과 피가 튀거나 저급이 아니라서.


그러나 저러나 역시 교훈은

동생시끼들 키워봤자 아무 소용없다.

내 자식이면 내 책임인 게 당연하기라도 하지.


목숨 걸고 돈 벌어다주고 뼈빠지게 키워놨더니..

왜 가게를 그리 안 팔려고 할까 생각 한 번 안 해보고

다들 모인 자리에서 혼자 일어나는 아버지 마음 풀어드리는 놈 하나 없고,

달래드리긴 커녕 등 뒤에 대고 '원래 말이 안 통한다'고 빈정대고..

애새끼들 갖다 맡기고 즤들끼리 '가족 여행'가는 자식새끼들 짜증난다.

어째 저럴까.

주인공 도움 받은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은 베트남에서 초콜렛 준 꼬마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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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서 총 맞아가면서 물에 빠진 꼬마 건져줘도

 할매도 걔 오빠도 고맙단 인사도 없이 불타는 집 보면서 울기만 하고 있던데.

살려달라 애원할 땐 언제고.


엄마도, '니 탓이 아니다'라고 더 많이 더 다정하게 얘기해줬으면 좋았을텐데.

평생 저 상처를 안고 죄책감 속에 산 것 같아서 마음이 참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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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개에 나온 것처럼 동생 손 놔서 잃은 게 아니라

업고 배 올라가다 누가 동생 잡아채서 팽개친 거라서..

애초에 애가 애를 업고 배에 올라가는 거 자체가 너무 무린데

영화 시작하고 제일 짜증난 게 이 손이었다. 언 넘인지 진짜..

그래서 나중에 동생이 나타난 게 살짝 의아하긴 했다. 떨어지면 물에 다 죽던데..


난 저런 아버지 와닿지 않아서 별로 눈물나지는 않았는데 그냥 이게 우리 나라 역사라서 슬펐다.

원치 않는 전쟁에 휘말리고 분단되고.. 고생하고..

사회적 부양 의무는 일제랑 6.25 겪은 분들까진 당연하다는 생각이

오늘 또 한 번 들었다. 그 아래로는 왜 해야하는지 이해 안감.

열심히 살지 않은 사람들까지 열심히 산 사람들이 무조건 책임져야 하는 건 아니니까.


H열 오른쪽으로 죽 앉은 아주머니들때문에 많이 불편했다.

떠들면서 영화볼 거면 집에서 보세요 제발 좀.

어쩜 이래 설마하면 역시일까.



국제시장 (2014)

7.5
감독
윤제균
출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정보
드라마 | 한국 | 126 분 | 2014-12-17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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