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와 마녀, 박경리 作, 인디북, 2003.
'박경리 최초의 연애소설,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 이라고 광고하지만, 시대를 초월하진 않는다고 본다.
읽는 내내 옛 어투에 약간의 불편함이 떠나지 않았고,
(예컨대 오빠 친구를 '박선생님'이라 부른다던가, "형숙은 피가 나쁘다", "아니래두. 아이 참, 오빠는 깍쟁이야" 같은..우..욱..)
이런 저런 면에서 조금의 시대적 괴리감은 어쩔 수 없더라.
제목에서처럼 문하란이 성녀, 오형숙이 마녀라고 본다면 아주 단순한 감상일테지.
물론 유부남 유부녀 건드린 것들과, 같이 놀아난 그 상대들은 번개에 타죽는 것이 지당하고도 지당하지만-_-
나이 좀 먹고 보니^^; 누가 성녀고 마녀인진 알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누구나 스스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거니까.
다만 안수영이 미친넘이며, 여자 둘 다 바본건 적극 인정한다-_-
(어김없이 나쁜 샹샹바 등장;;; 아침드라마 할 만한 거였다.)
하난 너무 소극적이고, 하난 너무 삐딱선이고.
결국 두 여자를 그렇게 만든건, 수영 하나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선택은 스스로 하는 거니까.
이쯤해서 결론.
역시 사랑은 할 짓이 못된다는...ㅡ_ㅡ !
[저는 탕녀와, 피가 나쁜 저의 어머니란 여자를 생각해봤어요. 그 여자는 아마도 사랑을 몰랐다기보다 감정의 노예로부터 빠져나가려고 평생 발버둥친 여자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해봤어요. 사내들은 그 여자를 소유하려, 그 여자를 정신적인 노예로 만들려고 했을 거예요. 사랑했겠죠. 그렇지만 경멸했을 거예요. 결코 존경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그 여잔 많은 사내들을 망쳐버렸다지만 결국 그녀는 아편중독자가 되었고 자살을 하지 않았습니까? 전 그 여잘 변호하려는 건 아니에요. 저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그렇게 이해했을 뿐이에요. 기생이었던 여자가 열등감 때문에 그 애정이 그릇되었고, 그와 같이 탕녀의 딸이었기에 그 애정이 얼마나 그릇되게 발전될 것인가. 저는 안선생의 동정을 받아가며 제가 지니고 있다는 유전적인 사실을 엄폐하고 살아가긴 싫단 말입니다.]
[그 말은 사랑을 미화시키려 드는 거짓일 뿐이에요. 결국 사랑을 주는 것도 사랑을 받는 것도 모두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겠어요? 수절이니 사랑의 순교니 하는 따위는 모두 다 위선을 강요해온 하나의 풍습에 지나지 못해요.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마취의 상태를 원한 것뿐이에요. 사람은 모두 마취를 당하고 싶어하거든요. 자기 자신을 속이고 싶어 마약중독자가 되었고, 그것이 안 되니까 자살을 했을 거예요.]
[비굴하긴 싫어요. 나는 언제나 당신이 달아날 수 있게 문을 열어두는 거예요. 그게 사랑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되나요? 천만에, 천만의 말씀이에요. 잃지 않으리라는 집착보다 더 무서운 힘이 필요한 거예요. 나는 그 힘이 무너지지 않게 외형상 내 행동의 자유를 취하는 거예요. 역설이죠, 궤변이죠. 그러나 마음은 언어를 초월한답니다.]
위 셋 모두 '코케트' 형숙의 대사.
코케트? <유혹의 기술> 보면 나옴. 남녀관계의 밀고당기기에 능숙한 사람같은거.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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