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케빈 얘기 좀 해요.
원제랑 우리나라 개봉 제목이 둘 다 마음에 드는 흔치 않은 경험.
보고 나서 몇 년 지나도 이렇게 내내 생각나는 영화인데,
잔혹성 때문에... 별 한 개 뺐다.
내용상 어쩔 수 없는 건 알겠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안 보여줘도 되거든요ㅠ
(70년대 한국 영화 스타일 좋아함.
남녀 주인공이 그윽하게 서로를 바라보다가 창틀 나오고 촛불 나오고 그러는 겈ㅋㅋㅋ)
극도의 싸이코패스는 타고 나고
일반적 싸이코패스는 양육 환경 탓인 게 더 큰 것 같다. 100%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기질은 7,80 이상 타고나는데
환경으로(=부모는) 그 기질을 바꾸는 게 아니라
다루는 법을 알아야, 타고난 기질을 좋은 쪽으로 발현시키도록 도울 수 있다고,
보고 나서 친구들이랑 얘기한 게 여기까지.
계속 떠오르는 장면은
(오프닝때 시뻘건 집과 지친 엄마 얼굴, 토마토 축제에서 신난 엄마 얼굴도 그렇지만)
1. 공사장
케빈을 유모차에 태운 엄마가 엄청 시끄럽게 드릴질하는 공사장 앞에 서서 눈을 감고 서 있는 거.
만삭즈음부터 시작해서아기가 낮밤을 가리게 될 때까지 최소 1년은 잠을 거의 못 자고
누가 없으면 먹지도 씻지도 못하고 애 옆에만 붙어있는 엄마들 생각나서.
(옛날에는 나무에 묶어놓고 키웠다는 둥 알아서 다 컸다는 둥 그런 말은 제발 좀 그만;;)
이 경우는 엄마가 여행가였다는 설정때문에 더 대비되어서 아 얼마나 갑갑할까 생각하게 된다.
2. 공놀이
케빈이랑 좀 떨어져서 마주 앉아서 공놀이를 하는데 아기가 거부하는 장면.
아. 이게 타고나는 거구나 싶은 생각에 슬프고 무서웠다.
3. 병원
다 컸는데도 기저귀를 떼지 못한 케빈이랑 실랑이하다가 높은 대에서 애를 떨어뜨려서 다친 것.
일부러 애를 다치게 만든 엄마가 너무 놀랍고 소름돋았다.
애가 분명 이상하긴 한데, 이 장면에서는 엄마 혼자 미친 여자;;;
병원에서는 애가 넘어져서 그랬다고 눈 하나 깜박 않고 거짓말하고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를 협박함ㄷㄷ
이 어지러운 세상에 우리가 우리 욕구, 욕심으로 아기를 낳아도 괜찮은가.
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서 힘들었는데, 아기한테도 그래야 하는가.
우리가 아이를 과연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서 함께 있다는 것 자체로 행복한 것 아닌가,
아니 그 정도 행복으로 다른 게 다 보상되진 않는 것 같다,
이 모든 게 옳지도 그르지도 않으니 더 어렵다.
보통은 영화를 보고 나면 책을 보고 싶어지는데 (반대 경우는 별로 없음;;)
이건 무서워서 책 볼 생각이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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